2016년, 가장 효율적인 야구를 한 팀은 어디였을까?

[야구공작소 오주승]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이는 야구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프런트는 구단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본을 활용하여 최적의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 감독은 이 선수들을 활용하여 최대한 많은 승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투입된 자본을 기준으로 팀의 효율을 따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팀 전체 연봉을 승리로 나누거나 1년 동안의 지출을 승리로 나누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구성되어 있는 선수단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최대한의 승리를 이끌어 냈는지를 계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팀 운영의 효율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팀들의 전력을 객관화 시켜야만 한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은 이러한 역할에 적합한 지표이다. 타격, 주루, 투구, 수비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단일 지표로 묶어 표현해 주는 만큼 팀의 전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수월하다. 또한 기준 단위가 ‘승리’인 덕분에 이에 의거한 기대 성적을 팀의 실제 승률과 어렵지 않게 비교할 수 있다. (참조: ‘종합성적표’ WAR, 승리를 나타내는 숫자)

물론 WAR에도 한계는 있다. WAR은 근본적으로 누적 지표이며, 따라서 경기에 실제로 출전한 선수들의 실력 이상을 담아내지 못한다. 즉 좋은 선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출전을 시키지 않을 경우, 운영의 효율성이 아닌 전력 자체가 낮게 표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선수 기용의 합리성이 팀의 전반적인 운영 효율에 있어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팀의 WAR 역시 엄밀히 말하면 선수단 자체의 전력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선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전력을 계량하고 그에 따른 기대 성적을 산출한다는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뎁스 차트를 감안한 시즌 전 예측조차 존재하지 않는 KBO 리그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팀의 WAR을 팀 전력으로 간주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듯하다.

그렇다면 지난 2016년 팀 전력에 비해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팀은 어디였을까? 반대로 뛰어난 팀 전력을 가지고도 원하는 성적을 올리지 못한 팀은 어디였을까?

 

1) WAR 기반 기대 승률을 기준으로

먼저 2016 시즌 KBO 리그 소속 팀들의 WAR에 입각한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을 비교해보았다. STATIZ의 WAR 계산에 의하면, KBO 리그에서 팀 WAR의 총합이 0인 ‘대체선수 팀’의 기대 승수는 33승이다. 여기에 WAR의 정의대로 1WAR당 1승씩을 더함으로써 각 팀의 기대 승수를 산출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최상위권의 세 팀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넥센 히어로즈는 전력에 기초한 기대 승률과 비슷한 수준의 승률을 기록하면서 기대 승률 순위와 동일한 실제 순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중위권부터는 그 양상이 사뭇 달랐다. 기대 승률에서 6위에 그친 LG 트윈스는 상대적으로 높은 실제 승률을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반면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는 기대 승률에서 각각 4, 5위를 차지하고도 그보다 5% 가량 낮은 실제 승률을 기록했다. 한화는 WAR에서는 리그 9위였지만 기대 승률보다 11%나 높은 승률을 기록하면서 7위로 시즌을 마쳤다. kt 역시 기대 승률보다 8%나 높은 실제 승률을 기록하면서 분전했으나 애초부터 크게 벌어져 있던 전력 차를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 콥-더글라스 생산함수 기반 기대 승률을 기준으로

WAR의 정의에 입각하여 산출한 기대 승률은 실제의 승률과도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단순히 1만큼의 WAR을 1승에 대응시켜서 계산할 경우, 공수에서의 기여도를 그 분배와 무관하게 선형성으로만 판단하게 될 여지가 있다. 다시 말해서 팀의 WAR이 야수진과 투수진 중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릴 경우에는 각각의 WAR에 대한 한계효용에 변화가 생기기 마련인데, 단순 WAR의 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경제학적 개념을 도입해보았다.

콥-더글라스 생산함수는 경제학에서 생산량과 생산요소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함수이다. 주로 노동, 자본의 투입량의 따른 생산성을 구하거나, 공장의 다양한 생산요소들의 투입량에 따른 생산량을 구할 때 쓰인다.

이를 야구에 적용해보면 공격력과 투수력을 각각 승리를 얻기 위한 생산요소로 간주하고 기대 승률을 구해볼 수 있다. 2016년 자료를 바탕으로 공격력을 타자 WAR(bWAR), 투수력을 투수 WAR(pWAR)로 보고 구한 기대 승률식은 아래와 같았다.

이 식에 각 팀의 투수 WAR과 타자 WAR을 대입하면 앞서 구한 값과는 또 다른 기대 승률을 구할 수 있다.

콥-더글라스 생산함수를 통해 산출된 기대 승률 역시 WAR에 기반한 기대 승률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 대체로 WAR이 높은 팀이 높은 기대 승률을, WAR이 낮은 팀이 낮은 기대 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력에 비해 얼마나 높은 승률을 기록했는지를 보여주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WAR에 기반한 기대 승률에서 그와 거의 동일한 실제 승률을 기록했던 두산은, 이번에는 기대 승률보다 8%나 높은 실제 승률을 기록하면서 효율성 면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두산이 2016년 두산이 기록한 압도적인 승률은 최고의 전력과 그에 걸맞는 적절한 운영의 조화가 이루어 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WAR 기반의 효율성에서 1, 2위를 차지했던 한화와 kt는 이번에도 효율성면에서 2, 3위를 기록하며 전력에 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음을 재차 확인시켰다. 반면 KIA와 SK는 여전히 9위와 10위에 머무르면서 또 한 번 전력에 비해 아쉬운 시즌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의 힘으로 가을야구를 이뤄낸 LG, 탈락한 SK

앞서의 계산들을 통해 살펴본 결과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의 차이로 가장 의미 있는 순위변화를 일구어 낸 팀은 LG와 SK였다. kt와 두산 역시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식에서 효율성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실제 순위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두 방식 모두에서 기대 순위보다 두 단계 상승한 실제 순위를 기록했던 한화의 선전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반면, LG와 SK는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의 차이로 인해 포스트시즌의 향방까지 갈린 경우였다. LG의 분전도 인상적이었지만,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SK의 아쉬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대 승률에 근접하는 승률만 거두었더라도 충분히 4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SK의 지난 시즌 운영은 확실히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SK의 비상식적인 타순 구성은 지난 시즌 도중에도 실제로 도마 위에 오르내린 주제였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출루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1번 타순의 출루율은 0.332에 불과했으며 전체 타순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상대적으로 약한 타자들이 배치되어야 마땅한 8번 타순의 출루율은 0.381로 5번 타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런 비상식적인 운용 탓이었을까. SK는 계산된 득점 생산(wRC)의 94.7%에 불과한 753점의 시즌 득점을 생산해내는 데 그쳤다.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물론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 차이를 만드는 요인들은 운의 개입부터 투수진의 운용, 팀의 공격 철학까지 아주 다양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효율적인 타순 구성이 SK의 미진했던 승리 효율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별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연 올 시즌, 적절한 운영으로 전력 차를 극복하고 가을에도 야구를 이어갈 팀은 어디가 될까? 작고한 하일성 위원의 명언이 떠오른다. 야구 모른다.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오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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