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급상승’ 미래가 기대되는 포지션별 유망주

시즌이 끝난 후 그 해 성장한 유망주들의 새로운 스카우팅 리포트를 살펴보는 것은 심심한 오프 시즌을 보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MLB 파이프라인 등등 유수의 유망주 평가 기관들이 팀별, 리그별 유망주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많은 유망주들 중에서 올시즌 가치가 크게 뛰어오른 포지션별 유망주들을 알아보았다.

# 포수
프란시스코 메히아 (21,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하위 싱글 A 60경기 .347/.384/.531 7홈런 165wRC+
상위 싱글 A 42경기 .333/.380/.488 4홈런 140wRC+

메히아는 올시즌 2번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첫번째는 로우 싱글 A에서 5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때였다. 이 기록은 1963년 이래 마이너리그에서 기록된 가장 긴 연속 안타 기록이었다. 두번째로는 밀워키의 조나단 루크로이 트레이드 때문이었다. 메히아는 당시 밀워키로 건너가게 될 핵심 유망주로 낙점 받으며 많은 언론의 관심을 또다시 받았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는 루크로이가 클리블랜드의 이적에 트레이드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무산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트레이드의 실패는 클리블랜드에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텍사스로 이적한 루크로이가 플레이오프에서 부진한 모습(12타수 1안타)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루크로이가 클리블랜드에 왔더라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인공이 바뀌었을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더군다나 14년 실버슬러거를 차지했던 팀의 주전 포수 얀 곰즈가 17시즌 부상에서 복귀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루크로이의 영입은 향후 분란의 씨앗이 될 가능성도 높았다(실제 조나단 루크로이는 얀 곰즈의 존재로 17시즌 포수 주전 자리를 확실히 보장받기 힘들다는 이유로 클리블랜드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클리블랜드에 잔류한 메히아는 맹타를 이어나갔다. 시즌 막판 상위 싱글 A로 승격되어서도 그 기세는 식을 줄 몰랐다. 그가 올시즌 두 마이너리그 레벨에서 102경기를 뛰면서 기록한 .342의 타율은 마이너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였다. .514의 장타율과 .896의 OPS 역시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선수 중 최고였다. 여기에 메히아는 수비에서의 잠재력까지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어깨는 20-80 스케일에서 80점 만점을 받을 정도. 공수를 겸비한 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귀한 자원이다. 그의 앞으로의 성장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1루수
코디 벨린저 (21, LA 다저스)

더블 A 114경기 .263/.359/.484 23홈런 142wRC+
트리플 A 3경기 .545/.583/1.364 3홈런 402wRC+

코디 벨린저는 고등학교 시절 전국이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는 아니었지만, 지역에서는 꽤나 두각을 나타냈던 타자였다.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을 보낸 클레이 벨린저의 아들이라는 색다른 이력도 주목거리였다. 혈통에 입각한 드래프트를 유달리 자주하는 LA 다저스는 그를 4라운드에서 지명해 70만 달러의 적잖은 계약금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이 투자는 머잖아 성공으로 드러났다. 그가 프로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마추어 때를 뛰어 넘는 것이었다.

15년 다저스는 아직 10대인 그를 하위 싱글 A리그를 생략한 채 상위 싱글 A리그에 데뷔시킨다. 그는 이곳에서 30홈런 10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16년에는 더블 A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여기서도 활약은 이어져 상위 마이너리그의 세련된 투수들을 상대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높은 삼진 비율(15년 27.6% -> 16년 20.2%)도 크게 개선됐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등 유수의 유망주 평가 기관은 현재 이구동성으로 벨린저를 메이저리그 최고의 1루 유망주로 꼽고 있다.

그동안 벨린저는 2018년에 팀을 떠날 수도 있는 애드리언 곤잘레스의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사실 그는 외야수로도 충분히 뛸 수 있는 운동 신경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투수를 보았을 정도로 강한 어깨를 가졌다. 지난 2시즌 동안에도 적지 않은 경기를 외야수,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중견수로 출장했다. 다저스는 그의 포지션을 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 2루수
이안 햅 (22, 시카고 컵스)

상위 싱글 A 69경기 .296/.410/.475 7홈런 10도루 147wRC+
더블 A 65경기 .262/.318/.415 8홈런 6도루 111wRC+

시카고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투수 유망주보다는 타자 유망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전미 25위 안의 유망주의 경우 타자는 평균 9.4의 WAR을 기록했지만, 투수는 4.3의 WAR을 기록하는데 그쳤다는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다. 이런 철학은 특히 드래프트에서 두드러진다. 엡스타인 사장은 부임 이후 1라운드에서 줄곧 타자만을 호명했다. 이안 햅은 알베르토 알모라 – 크리스 브라이언트 – 카일 슈워버의 뒤를 이은 엡스타인 단장의 야심찬 타자 1라운더였다.

대학 시절 외야수를 보던 햅은 프로 데뷔 이후 2루수로 전향했다. 외야수치고는 장타력과 어깨가 약했지만 운동 신경 자체는 괜찮았기에 시도 했던 모험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 햅은 자신의 타격 재능을 유지하면서 포지션 변경에 성공했다. 현재까지의 모습은 팀의 선배인 벤 조브리스트와 유사하다. 내외야의 포지션을 두루 섭렵하고, 뛰어난 출루율을 발휘하며 컨택과 장타, 주루 전 영역에 있어서 평균 이상인 그런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것이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미 젊은 야수진으로 개편이 완료된 시카고 컵스내에서 확고한 주전이 될 가능성은 낮다. 때문에 17시즌 팀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17, 토론토 블루제이스)

루키 62경기 .271/.359/.449 8홈런 15도루 122wRC+

<부자(父子) 메이저리거를 보는 것은 늘 즐거운 일이다 (사진=pixabay free image)>

메이저리그 팬 중 블라디미르 게레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9번이나 올스타에 선정되고 04년 아메리칸리그 MVP에 선정되는 등,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는 바로 그의 아들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었다. 아버지 게레로는 그와 똑 빼닮은 아들을 경기장에 종종 데리고 나왔고, 팬들은 자신의 아들인 것 마냥 그에게 사랑을 보냈다.

아무래도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로부터 외모뿐 아니라 야구 실력도 물려 받은 듯하다. 그는 2015년 국제 유망주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더니 39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계약금을 받으며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입단했다. 올 시즌에는 만 17살의 나이로 프로리그에 데뷔하는데 성공했고, 자신보다 3~4살 많은 형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타격을 뽐내기까지 했다.

스카우트들은 그가 타자로서 완벽에 가까운 선수라고 호평한다. 그들에 따르면 게레로 주니어는 평균 이상의 컨택 능력과 함께 3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가졌다. 게다가 성급한 또래의 타자들과는 달리 인내심(BB% 12.0%) 역시 갖추고 있다는 점은 높히 평가 받을 요소다. 프로에 들어오면서 뛰기 시작한 3루 포지션의 수비에도 적응하는 모습 또한 긍정적이다. 아직은 평균 이하라는 평가이지만, 현재의 성장세가 이어지면 장차 평균 수준의 수비수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팀은 그가 올 시즌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에드윈 엔카나시온, 과거 팀의 3루수로 뛰었던 트로이 글라우스와 같은 선수로 성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유격수
아메드 로사리오 (21, 뉴욕 메츠)

상위 싱글 A 66경기 .309/.359/.442 3홈런 13도루 132wRC+
더블 A 54경기 .341/.392/.481 2홈런 6도루 142wRC+

아메드 로사리오는 2012년 7월 메츠의 국제유망주 역사상 최고액인 175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이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스카우트들은 그의 뛰어난 운동신경과 수비능력 등에 매료됐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팀 내 유망주 순위도 7위(13년) -> 6위(14년) -> 2위(15년) 등 매년 상승 일변도였다. 하지만 진정한 브레이크 아웃은 올 시즌에 있었다. 상위 싱글 A와 더블 A를 단숨에 폭격하며 ‘수비형 유격수’에서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특히 파워가 발현(iso .135)된 것은 가장 큰 성과였다. 이에 로사리오는 올 시즌 전미 10위권의 유망주로 발돋움했다고 평가 받는다.

로사리오에 대한 최대 기대치는 테이블세터로 활약하면서 골드글러브급 수비를 갖춘 유격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과거 팀의 선배였던 호세 레이예스, 올시즌 클리블랜드의 돌풍을 이끈바 있는 프란시스코 린도어 등과 비슷한 유형인 셈이다. 로사리오가 이런 기대치를 충족시켜 준다면 부상이 잦은 메츠의 내야진 한 자리를 든든히 메울 수 있다. 현재 메츠의 주전 유격수인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는 2017년 계약이 끝나고 2루수인 닐 워커, 3루수인 호세 레이예스, 데이빗 라이트 등은 모두 잦은 부상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최근 투수 유망주에 비해 타자 유망주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메츠가 간만의 성공을 거둘지도 관심사다.

# 외야수
일로이 히메네즈 (20, 시카고 컵스)

하위 싱글 A 112경기 .329/.369/.532 14홈런 8도루 162wRC+

일로이 히메네즈는 2013년 당시 국제드래프트 최대어로 꼽혔던 선수다. 그는 280만달러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히메네즈이지만 하프 시즌 리그인 루키리그와 쇼트시즌 싱글A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 사이 입단 동기였던 유격수 글레이버 토레스는 팀내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고, 히메네즈는 조금씩 잊혀졌다.

하지만 그는 올시즌 부활에 성공했다. 시카고 컵스는 다소 미흡했던 하프 시즌 리그에서의 성적을 덮어두고 그를 풀 시즌 리그인 하위 싱글 A 팀에 데뷔시킨다. 히메네즈는 이 곳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장점을 보여준다. 3할을 훌쩍 뛰어 넘는 정확한 타격과 함께 자신이 가진 파워 잠재력을 실제 경기에서 보여주기 시작한 것. 보통 장타력은 모든 툴 중에서 가장 늦게 발현되는데, 히메네즈가 18살의 나이로 기록한 .203의 iso(순장타율)는 기대보다도 더 높았다.

최근 타자 유망주는 뛰어난 운동신경과 수비 능력을 갖춘 유격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3년 사이에 데뷔한 프란시스코 린도어, 트레아 터너, 올랜도 아르시아, 알렉스 브레그먼, 댄스비 스완슨 등이 그 대표주자다. 이 밖에도 J.P. 크로포드, 아메드 로사리오, 글레이버 토레스 등등 같은 유형의 유격수가 아직도 차트에 즐비하다. 가장 희귀한 유형은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해 줄 수 있는 정통 거포다. 히메네즈는 바로 그런 스타일의 유망주다. 현재의 성장세를 이어 나간다면 앤서니 리쪼 – 크리스 브라이언트 – 카일 슈워버로 이어지는 거포 라인에 또 다른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 우완 투수
브렌트 허니웰 (21, 탬파베이 레이스)

상위 싱글 A 4승 1패 2.41ERA 56이닝 64삼진 11볼넷
더블 A 3승 2패 2.28ERA 59.1이닝 53삼진 14볼넷

브렌트 허니웰은 고교 시절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투수였다. 결국 그는 드래프트에서 지명되거나 유명 대학에 스카우트 되지 못하고 2년제 주니어 컬리지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구속이 껑충 뛰어오르고, 희귀한 구종인 스크류볼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며 가치가 크게 뛰어오른 허니웰은 결국 탬파베이 레이스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아 프로무대에 입성한다.

허니웰에게 마이너리그 타자들은 굉장히 쉬운 상대였다. 그는 최고 97마일까지 나오는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스크류볼,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무려 5가지의 구종을 자유자재로 섞으면서 타자를 상대했다. 특히 구사하는 선수 자체가 몇 없는 스크류볼을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는 사실은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허니웰은 자신이 가진 구종들을 잘 조합하는 똑똑한 투수이며, 투쟁심도 강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해, 시즌 중반 쯤에는 기존 탬파베이의 젊은 선발 투수진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 좌완 투수
조쉬 헤이더 (22, 밀워키 브루어스)

더블 A 2승 1패 0.95ERA 57이닝 73삼진 19볼넷
트리플 A 1승 7패 5.22ERA 69이닝 88삼진 36볼넷

헤이더는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해온 괄목상대의 상징과 같은 선수다. 고교 시절 130km/h 초반대의 공을 던지는 그저 그런 투수였던 그는 19라운드에 지명되어 한화 4천만원 가량의 계약금으로 겨우겨우 프로에 입단했다. 하지만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마이너리그에서 140km/h대로 구속이 급상승해 팀내 30위 권 유망주에 포함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음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팀의 에이스 버드 노리스를 볼티모어로 보내는 대신 그를 데려간다. 이곳에서 그는 슬라이더를 익히고 한단계 더 발전하며 팀내 10위권의 유망주로 주목받는다. 15시즌 중에는 외야수 카를로스 고메즈의 대가로 밀워키 브루어스에 또 한번 트레이드 된다.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2번의 트레이드를 겪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밀워키에서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유망주로 거듭났다. 올시즌에는 150km/h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주무기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더블 A에서는 0점대 평균 자책점과 9이닝당 11개가 넘는 삼진을 기록했다. 트리플 A에서는 평균 자책점이 5점대로 다소 높았지만 9이닝당 삼진율은 여전히 훌륭했다. 더군다나 홈 구장인 콜로라도 스프링스 구장이 미국 내 최악의 타자친화 구장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5점대의 평균 자책점은 그리 큰 흠도 아니다(fip 3.81).

헤이더의 직구-슬라이더 조합은 마이너리그에서 단연 최고로 꼽힌다. 사이드암에 가까운 그의 독특한 투구폼은 강력한 디셉션의 요소로 작용해 타자들이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소 불안정한 체인지업에 꾸준함이 생긴다면 크리스 세일과 비슷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도 압도적인 두 구질을 바탕으로 불펜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 평가 받는다. 선발에서 자리 잡지 못했지만 불펜에서 적성을 찾은 대표적인 좌완 투수이자, 지난 플레이오프의 스타였던 클리블랜드의 앤드류 밀러처럼. 불펜의 가치가 치솟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의미있는 성장이 될 수 있다.

자료 출처 : Baseball America, MLBpipeline, Baseball Prospectus, Minorleagueball.com

(사진=MLBpipelin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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