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츠, 또 다시 ‘어메이징’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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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드시리즈에서 캔자스시티와 뉴욕 메츠의 매치업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두 팀의 투타 특색이 뚜렷이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캔자스시티는 일류 불펜과 높은 컨택률의 타선, 메츠는 강속구 선발진과 홈런 ML 5위의 타선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 흥미로운 월드시리즈 맞대결이 뉴욕 메츠로서는 2000년 이후 15년 만에 맞는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메츠는 양키스와의 1차전에서 아만도 베니테스의 구원실패로 기선을 제압 당했다. 이어진 2차전에서 상대투수 로저 클레멘스가 마이크 피아자에게 부러진 배트조각을 투척하면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는데 이 경기마저 양키스에게 패배하면서 메츠는 WS 우승에 실패했다.

때문에 월드챔피언이 되는 것은 메츠 팬들의 염원과도 같았다. 그러나 작년 WS에서 파밀리아는 그 예전의 베니테스를 연상케 하는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다. 포스트시즌의 영웅이었던 다니엘 머피에 대한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메츠는, 15년 전 그때와 꼭 같은 1승 4패라는 결과로 또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메츠의 시그니처, 다이나믹 선발진

그렇게 또 한번의 아쉬운 시리즈를 뒤로 남기고, 올 시즌을 앞둔 메츠 팬들은 희망에 찬 시즌 전망을 하기에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비-디그롬-신더가드-마츠의 강속구 영건 선발진이 작년 가을에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이 큰 기대를 갖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미존 수술을 받은 잭 휠러의 복귀도 예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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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남았지만, 이들은 팬들이 예상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90마일이 넘는 슬라이더와 100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로 무장한 신더가드는 시즌 초반부터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질주했다. 비록 하비가 부진 끝에 어깨부상으로 이탈하고 휠러의 복귀도 무산되었지만, 디그롬은 건재했고 마츠와 신더가드도 팔꿈치 부상의 불안 속에서도 선발진을 지켰다. 거기에 노익장을 과시한 바톨로 콜론의 배짱투구는 큰 힘이 되었다.

실제로 선발진의 성적을 보았을 때 선발 ERA, FIP, fWAR의 순위가 모두 상승했는데, 특히 FIP(수비배제 평균자책점)과 fWAR(승리기여도)은 현재(9월 5일)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규시즌을 이끌어가는데 큰 부분을 담당하는 선발진은 약진을 한 셈이다.

 

팀을 ‘들었다 놨다’, 타선은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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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이, 투수진이 팀 성적의 발목을 잡았다고 하기는 어렵다. 메츠가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린 원인은 약해져 버린 타선에 있었던 것이다. 작년 메츠는 NL 팀타율이 13위(.244)임에도 팀 득점은 7위를 기록한, 효율적인 공격을 하는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 타선의 정확성은 여전히 리그 하위권 이었으며(타율 .242, 13위) 작년만큼의 효율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팀 득점 순위 13위)

 

① 2015년, 메츠 타선이 ‘열일’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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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메츠의 성과 비결을 요약하면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메츠의 타선은 8월 전까지 좋지 못했다. ‘캡틴 아메리카’ 데이빗 라이트와 주전포수인 트래비스 다노가 4월부터 부상자명단에 등재되었다. 팀의 중심선수들의 공백 탓에 타선은 처참했다. 전반기 팀 득점은 335점으로, 내셔널리그 13위이자 전체 28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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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야구공작소 황규호)

 

반전이 일어난 것은 후반기부터이다. 베테랑 단장인 샌디 앨더슨은 7월 25일 애틀란타로부터 후안 유리베와 켈리 존슨을 영입하고, 마감시한을 앞두고 건강이 의심스러운 카를로스 고메스 대신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영입했다. 세스페데스의 영입은, 여름 트레이드 시장을 잘 활용한 이상적인 사례로 꼽힐 만큼 대성공이었다. 세스페데스의 장타력은 메츠의 타선을 앞서서 이끌기에 충분했다. 후안 유리베와 켈리 존슨 또한 데이빗 라이트의 3루 자리를 포함해 부상으로 주전선수들이 빠진 자리를 훌륭하게 대체해 주었다.

 

세스페데스의 이적 후 성적
타이거즈(2015): .293 .323 .506 / 102G 18홈런 61타점 / wRC+ 123
뉴욕메츠(2015): .287 .337 .604 / 057G 17홈런 44타점 / wRC+ 157

 

성공적인 트레이드는 기존 메츠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카를로스 고메스와 트레이드가 될 뻔했던 윌머 플로레스는,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린 후문으로 유명해졌다. 눈물을 딛고 다시 일어난 플로레스는 며칠 후 지구 선두 워싱턴에게 끝내기 홈런을 치고 선두 탈환에 혁혁한 공을 세운다.

트레이드 효과는 부상 선수들의 복귀와 겹치며 시너지를 냈다. 7월이 지나자마자 복귀한 다노는 안방마님의 자리에서 공수 활약을 펼쳤다. 데이빗 라이트는 복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면서 귀환을 알렸다. 여기에 빅리그에 승격된 유망주인 마이클 콘포토가 장타력을 과시하였다. (56경기 9홈런). 전형적인 ‘되는 집안’의 모습이었다.

트레이드, 부상 등으로 라인업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굳건히 라인업의 중심을 잡아준 선수들도 있었다. 커티스 그랜더슨(26홈런-11도루 70타점 98득점 fWAR 5.0)은 상위타선에서 꾸준히 득점에 기여했다. 1루수로서 중심타선을 맡아준 두다(27홈런 73타점 fWAR 3.0)는 세스페데스와 함께 위력적인 쌍포를 구성했다. 여기에 가을에 원맨쇼를 벌였던 다니엘 머피까지. 이들은 모두 130경기 이상 출장하며 정규시즌 내내 메츠의 타선을 지탱했다.

트레이드의 성공, 성공적인 부상 복귀, 시즌 내내 자리를 지킨 주포들, 콜업된 유망주의 활약. 이 4박자가 후반기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메츠 타선은 후반기 팀 득점 NL 1위이자 전체 3위로 괄목성장했다. 이 타선은 탄탄한 투수력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켰고,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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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야구공작소 황규호)

 

② 2016년, 메츠 타선이 ‘폭망’한 이유

후반기, 자신의 수완으로 타선을 180도 변화시킨 앨더슨 단장. 그러나 그에게 악재가 닥친다. 지난 2015년 겨울, 메츠 구단은 “샌디 앨더슨 단장이 암 투병 중이며, 8~12주 동안 치료를 받는다”라고 발표했다. 오프 시즌 동안 투병을 하면서도 단장 직을 수행한 앨더슨 단장은 하나의 기가 막힌 트레이드를 성사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최악의 선택을 한다.

메츠는 2015 포스트시즌에서 대 활약(PS 14G 7홈런 11타점)을 하고 FA 자격을 얻은 주전 2루수 다니엘 머피와 FA 재계약을 포기하였다. (머피는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고 시장에 나왔다). 10월 전까지 머피는 정규시즌동안 평균 10개 내외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준수한 장타력을 지닌 타자였다. 그러나 케빈 롱 타격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타구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되었고, 포스트시즌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가진 거포로 거듭났다.

그러나 메츠 프런트는 정규시즌에서 14개의 홈런을 친 머피의 변화를 신뢰하지 않았다. 그리고 머피의 빈자리를 피츠버그에서 닐 워커를 데려오며 메웠다(존 니스 ↔ 닐 워커 트레이드). 이 트레이드만 보자면, 앨더슨 단장은 또 한 건의 대단한 트레이드를 해낸 것이다(워커의 3.8의 fWAR은 개인 커리어하이). 그러나 자신을 푸대접한 친정 팀의 대문을 박차고 나간 머피는 같은 지구 라이벌 팀으로 가 메츠의 선택을 비웃는 듯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존 니스 – 닐 워커 트레이드, 성공적
존 니스(벅스): 23G(18선발) 110이닝 / 8승6패 4.91 / fWAR -0.4
닐 워커(메츠): .282 .347 .476 / 113G 23홈런 55타점 / fWAR 3.8 wRC+ 123

다니엘 머피의 극적인 변화
15(뉴욕메츠): .281 .322 .449 / 130G 14홈런 073타점 / fWAR 2.5 wRC+ 109
16(내셔널스): .345 .388 .595 / 130G 25홈런 100타점 / fWAR 5.0 wRC+ 155

 

워싱턴과 3년 3750만$의 저렴한 계약을 맺은 머피는 시즌 초부터 맹타를 휘두르더니 현재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으며 MVP 후보로까지 꼽히고 있다. 게다가 닐 워커가 등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메츠의 아쉬움은 더해가고 있다(워커는 2017시즌 후에 FA 자격을 얻는다).

사실 메츠 프런트는 머피 처분 문제 말고도 오프시즌 중요한 과제가 있었다. 바로 부상위험이 있는 라이트의 3루와 두다의 1루의 뎁스를 두텁게 하는 일이었다. 데이빗 라이트는 오랜 부상으로 사실상 풀타임 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두다도 2014년부터 288경기를 출장했지만, 잔부상의 위험을 달고 있는 선수이다. 특히 두다는 작년 메츠타선에서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메츠는 트레이드로 쏠쏠히 기용한 후안 유리베와 켈리 존슨을 모두 잡지 않았으며, 마이크 나폴리 같은 훌륭한 대체재를 외면했다. 그리고 라이트는 작년 38경기에 이어 올 시즌 37경기 출장으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두다는 초반에 등 부상으로 15일 부상자명단에 오르더니, 복귀 후 등을 또 다쳐서 60일 부상자 명단에 등재됬다. 이 둘은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

그러자 메츠는 작년에 유격수로 뛰던 윌머 플로레스를 내야 유틸리티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애틀란타로부터 켈리 존슨을 트레이드 해오고, 초반 출장징계를 받은 호세 레이예스를 유턴시키기에 이른다(레이예스는 메츠에서 데뷔하여 2011년까지 9년간 있었다). 다행히 이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으나 라이트와 두다의 공백을 메우기엔 부족했다.

이외에 다노, 그랜더슨, 콘포토 등 ‘후반기의 주역들’이 일제히 부진에 빠졌다. 그러자 메츠는 다시 작년처럼 ‘트레이드를 통한 빅뱃 영입’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했다. 그렇게 영입한 선수가 제이 브루스이다. 올해 신시내티에서의 브루스는 작년 디트로이트에서의 세스페데스보다 뛰어난 타자였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브루스는 ‘2016년판 세스페데스’가 될 것으로 보였다.

 

제이 브루스의 트레이드 전-후 성적변화
신시내티: .265 .316 .559 / 97G 25홈런 80타점 / wRC+ 124
뉴욕메츠: .204 .268 .345 / 31G 04홈런 10타점 / wRC+ 65

 

그러나 그는 부진에 빠진 타선을 구해주지 못했다. 메츠에서의 브루스는 팀 내 최악의 타자 중 하나였다. (올 시즌 메츠에서 100타수 이상 들어선 17명의 선수 중 wRC+ 16위) 마지막 승부수가 철저히 실패로 돌아간 탓에 지구 선두 워싱턴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만 갔다.

 

‘어메이징 메츠’, 또 다시 ‘어메이징’할 수 있을까

실망스러운 성적임은 확실하지만, 포스트시즌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일단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만 하면 그 후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음을 근래 여러 팀들이 보여주었다. 메츠의 시즌이,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꿈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다. 20여 경기가 남은 시점, 메츠는 연승으로 와일드카드 2위 세인트루이스와의 승차를 없앴다. ‘어메이징 메츠’는 또 다시 ‘어메이징’ 할 수 있을까.

기록 출처 : Baseball Cube, Fangraphs, Baseball-Reference, MLB.com

야구공작소
김태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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