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상, ‘이러려고 만들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

[야구공작소 송동욱] 숨 가쁘게 달려온 2016시즌이 종료된 지도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다.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을 달래줄 위안거리 중 하나는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 중 과연 어떤 선수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될지 예측해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최고의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수여하는 상인 MLB의 사이 영 상(Cy Young Award)과 NPB의 사와무라 상(沢村賞)은 팬들에게도 수상하는 선수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다면 KBO 리그는 한 시즌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어떤 상을 수여하고 있을까?

 

<고(故) 최동원의 상징과도 같았던 투구 동작 /사진 제공: 롯데 자이언츠>

 

KBO 리그에는 ‘최동원상’이 있다.

MLB의 사이 영 상과 NPB의 사와무라 상 은 양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투수인 ‘덴튼 트루 영’과  ‘사와무라 에이지’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KBO 리그에도 전설적인 투수, 고(故) 최동원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이 있다. 이 상은 KBO 주관이 아닌 최동원 기념 사업회 주관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최동원 상’을 수여하나

‘최고의 투수를 뽑는다’는 취지는 같지만 사이 영 상과 사와무라 상 그리고 최동원 상은각각 수상 방식에 약간의 차이를 갖는다. 사이 영 상은 기자단 투표의 총점으로 수상자를 정한다. 사와무라 상은 기자단 투표 방식이었으나 1982년부터 현재는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들을 대상으로 선정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최동원 상은 사와무라 상을 본따 만들어졌다. 먼저 7인의 선정위원들이 최동원 상 후보 선수들을 대상으로 1위부터 3위까지 투표하고, 각각 5점, 3점, 1점으로 계산해 최다 득표자를 수상자로 선정한다.

<7인의 최동원 상 선정 위원회>

위원장 어우홍 전(前) 롯데 자이언츠 감독

  •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 김인식 KBO 규칙위원장
  • 선동열 전(前) KIA 타이거즈 감독 (2015년에는 박영길 전(前) 감독)
  •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
  • 천일평 OSEN 편집인
  • 허구연 MBC SPORTS+ 해설위원

 

후보는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는가

<최동원 상의 기존 수상 후보 기준>

위의 7가지 기준 가운데 한 가지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면 후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후보들은 7인의 선정위원에 의해 선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타고투저인 리그 성향을 반영해 2017시즌부터 후보 기준 일부를 하향 조정한다는 데 있다. 후보 조건에 미흡한 선수들에게 수상이 돌아가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내린 결정인데 이는 최동원 상 자체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NPB에서는 수상할만한 선수가 없는 해에는 사와무라 상을 시상하지 않고 있다 (2017시즌부터 타고투저인 리그 성향을 반영해 다승: 15 → 12승 / 평균자책점 2.50 이하 → 3.00 이하로 기준 완화).

 

역대 수상자들과 그에 대한 평가, 그리고 논란

2014년 양현종의 첫 수상, 나름의 방향성은 존재했다.

2014년 제1회 최동원 상은 KIA의 양현종, SK의 김광현, 두산의 유희관 3명의 선수가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자책점 리그 2위(3.42)를 기록한 김광현의 수상 가능성도 충분했지만, 가장 많은 조건(3개)을 충족시킨 양현종이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2014시즌 최동원 상 수상 후보(충족시킨 조건-진한 글씨)>

물론 최고의 투수라고 칭하기에는 미흡한 성적과 절반에 못 미치는 수상 조건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나마 가장 많은 기준을 충족시킨 선수에게 상이 돌아갔다’는 점에 있어서 방향성 하나만큼은 확실한 시상이었다.

 

2015년 – 유명무실한 수상 조건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수상

<2015시즌 수상자 외 일부 후보 (충족시킨 조건-진한 글씨)>

2014년에 비해 3명이 더 추가돼 2015시즌에는 총 6명의 선수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들은 네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며 전반적으로 후보군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그 가운데 세이브를 제외하고 선발투수가 충족시킬 수 있는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선수는 양현종이 유일했다. ‘최동원 상’은 2년 연속 양현종에게 돌아갈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선정 위원회는 예상외로 유희관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할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논란은 있었지만, 방향성만큼은 확고했던 첫 시상. 하지만 두 번째 시상은 제정 2회 만에 상의 품격과 권위를 무너뜨렸다.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수상이었다. ‘최동원상’의 수상 기준은 최동원 기념 사업회에서 정하고 마련한 것인데 정작 선정 과정에서는 사업회의 의견을 배제했다는 논란까지 일었다. 논란이 일자 선정위원회는 후보 기준 한 가지 조건만 채워도 후보에 등록되며 수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정위원회의 해명에는 한 가지 오점이 존재한다. 본인들이 첫해에 정립해 놓은 수상의 방향을 1년 만에 부정했다는 점이다. 수상 기준이 정말 커트라인이고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을 시 더 좋은 투구 내용을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것이라면 첫해의 수상자는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크게 앞선 김광현이었어야 한다.

또한 양현종이 아슬아슬하게 조건을 맞춘 승수와 탈삼진 부분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수상자는 당연히 양현종 다음으로 많은 기준을 충족시킨 윤성환이어야 했다. 그러나 어우홍 선정위원장과 양상문 위원은 ‘볼 컨트롤이 좋다’, ‘투혼을 보고 뽑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2015시즌 윤성환과 유희관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각각 1.39개와 2.09개였고, 소속팀 두산이 치열하게 가을 야구 경쟁을 하던 9월 한 달 동안 유희관이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무려 7.52였다. 2015시즌 국내 최고 투수로 선정된 유희관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볼 컨트롤이 좋은 투혼에 가득 찬 모습이었을까?

 

2016년,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게 된 최동원 상

<2016시즌 수상자 외 일부 후보 (충족시킨 조건-진한 글씨)>

2016시즌은 7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고 그 가운데 승수와 QS 2가지 부분을 충족한 장원준에게 최동원 상이 돌아갔다. 충족되는 조건은 겨우 6가지 중 2가지였지만 평균자책점 2위(3.32)로 지난해보다는 논란이 일지 않았다.

받을만한 인물이 없는데도 상을 수여하고 정작 받을만한 인물이 있을 때는 엉뚱한 인물이 수상해버린 최동원 상. 여기에 논란에 대한 안일한 대처까지 ‘최동원 상’은 이로 인해 이미 대중들에게 악플보다 무서운 무관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최동원 상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최우선 과제는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납득 가능한 선정이유이다. 투혼 같은 주관적인 요소를 언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과 나눠주기 식 수상은 근절되어야 한다.

 

<그를 전설로 만든 84년 한국시리즈 / 사진 제공: 롯데 자이언츠>

 

이대로 남기에는 최동원, 그의 이름이 아깝다.

올해로 4년 차를 맞는 최동원 상은 분명 문제도 많았고, 더 다듬어야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뽑는 투표 방식이기 때문에 이견이 없는 수상자가 나오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불세출의 에이스였던 고인의 이름을 따서 상을 만들었다면 그에 걸맞게 정말 최고라고 불릴 수 있는 선수에게만 상을 수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나마 가장 나은 투수’가 수상하는 것이 아닌 정말 ‘최고의 투수’에게 이 상을 수여할 때 비로소 최동원 상의 진정한 가치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상을 위한 수상인 아닌 정말 진심으로 박수 쳐 줄 수 있는 최동원 상을 기대해본다. 금테 안경을 낀 백넘버 11번의 그도 그것을 원하고 있지 않을까.

 

출처: STATIZ,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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