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데이비드 뷰캐넌

1989년 5월 11일생 190cm 90kg 우투우타

2019시즌 NPB 야쿠르트 스왈로스

6승 8패 4.82 130.2이닝 75삼진 41볼넷 WHIP 1.51

[야구공작소 송동욱] 삼성은 2018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하며 이전 2년에 비해 확실히 조금은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2019시즌 또 다시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고,부진의 책임에 대한 지분은 그동안 삼성을 거쳐간 외국인 투수들에게도 분명히 있다. 

2015년 피가로 이후로 삼성의 성공적인 외국인 투수 영입은 없었다. 그나마 2019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벤 라이블리와 재계약을 한 상태. 삼성은 2020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 출신의 투수를 한명 더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완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그 주인공. 

배경 

뷰캐넌은 참가한 두 번의 드래프트(2009 & 2010)에서 모두 구단의 선택을 받은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2009년에는 뉴욕 메츠의 6라운드 지명을 받았지만 거절했고 2010년 필라델피아의 7라운드 지명을 받아들이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월드 시리즈 우승 뒤에 다수의 트레이드로 전력을 유지하던 필라델피아는 해가 갈수록 유망주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다. 뷰캐넌은 이런 와중에서도 그나마 차근차근 승격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지명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뷰캐넌에 대한 팀의 기대치가 컸다고 할 수는 없다. 5년 연속(2007~2011) 지구 우승을 하며 꾸준히 팜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었지만, 이때조차도 팀내 TOP 30 유망주에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팀 내에서의 입지는 그저 그런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시즌부터 리빌딩의 시기가 찾아왔고, 2014시즌부터 발생한 선발진의 균열은 뷰캐넌에게 데뷔의 기회를 주었다. 스프링캠프 초청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메이저리그 20번의 선발 등판에서 117.2이닝을 던지며 6승 8패 3.75의 평균자책점. 1년 차 치고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유망주 시절 기대치를 생각하면 훌륭한 데뷔였다. 

하지만 이듬해에는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지며 선발 투수로서 입지를 다지는데 실패했다(2승 9패 6.99). 15번의 선발 등판에서 5번의 QS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기복이 매우 심한 모습을 보여줬다.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결국 뷰캐넌의 2016년은 빅리그가 아닌 AAA행이었다. 당시 투수 친화적인 IL(International League)에서 뛰었지만 성적은 썩 인상적이지 못했다(10승 9패 167.1이닝 3.98). 

2017년 당시 필라델피아의 선발진에는 애런 놀라, 재러드 아익호프, 닉 피베타 등 기대받는 신예들이 속속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더 이상 팀 내에서의 입지를 넓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뷰캐넌은 자유계약자 신분이 되었고, 결국 NPB라는 새로운 리그에 도전하는 것을 선택했다. 

In NPB(일본프로야구)

이적 첫해 뷰캐넌 본인은 6승 13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며 준수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문제는 팀이었다. 그가 이적한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2017시즌 내내 부진하며 한 시즌 구단 최다패 신기록을 세우는 등, 말 그대로 ‘안 되는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2년 차를 맞이한 2018시즌에는 구단이 MLB 출신의 프랜차이즈 아오키 노리치카와 계약을 하는 등 전력 보강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센트럴리그 2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본인도 10승을 기록하며 준수한 한 해를 보냈다. 

문제는 작년이었던 3년 차에 찾아왔다. 하체 부상을 당하며 시즌을 늦게 시작했던 것. 이는 전반기 부진(9경기 1승 5패 6.42)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후반기에는 완전히 회복된 모습(9경기 3승 1패 3.29)을 보였지만 결국 기복 심한 피칭이 원인이 되어 재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본 무대에서 뛰는 3년 동안 433.2이닝을 던지면서 20승 30패 4.07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고, 다가오는 2020시즌부터는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라이온즈 파크에서 투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스카우팅 리포트 

뷰캐넌을 피네스/파워 둘 중하나의 유형으로 분류하라고 한다면, 오히려 ‘특징 없는 투수’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우수한 킬링 피치를 가진 것도 아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다방면의 능력이 평균 이상인 선수. 즉 테니스 선수로 보자면 ‘올라운더’에 가까운 능력치를 가진 선수라 할 수 있다. 

먼저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 체인지업, 투심 등의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주무기로 구사하는 커터와 커브는 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9이닝당 탈삼진 메이저&마이너 통산 5.6개, NPB 통산 5.5개). 

다만 KBO리그에 진출하는 대부분의 외국인 투수들처럼 바뀐 KBO 기준으로 볼 때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절대 아니다. 실제로 NPB에서도 괜찮은 구속(17시즌 평속 146.4km/h 8위, 18시즌 145.5km/h 7위 – 규정이닝 충족 기준)을 보여줬다. 작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부상의 여파는 보이지 않았다(최고 구속 149km/h, 평균 구속 146km/h).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 만큼,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해 내는 모습을 보였다. 흔히 말하는 맞춰잡는 유형의 투수다. 이로 인해 리그를 가리지 않고 이닝당 1개 이상의 안타를 허용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뷰캐넌의 성적은 소속 팀의 수비력과 직결된다는 말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한 뷰캐넌이라고 가정한다면, 다양한 구종을 존에 집어넣으면서 많은 땅볼을 유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일본 무대에서의 땅볼 유도능력(17-18년도 땅볼 유도율 61.2%(리그 1위)/59.4%(리그 2위)과 리그를 가리지 않고 준수했던 컨트롤(9이닝 통산 볼넷 메이저&마이너 – 2.9개 / NPB – 2.8개)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건은 삼성의 내야수비 

뷰캐넌이 일본리그에서 가장 고생한 부분을 한 가지 고르자면 역시 소속팀의 수비력 문제일 것이다. 팀 사정이 그나마 나았던 2018시즌조차 팀 UZR은 -22로 리그 전체 최하위였다. 땅볼을 비롯한 많은 인플레이 타구를 생산하는 뷰캐넌 입장에서는 마운드 앞 뒤 모두에 적을 두고 경기를 펼친 셈이다. 

그렇다면 짚고 넘어가보자. 19시즌 삼성 내야진은 정말 단단했을까? 보여지는 기록으로는 아니라는 결론이 더 합당하다. 리그 최다 실책(77개)에 타구 처리율(89.46% – 리그 8위) 또한 좋지 못했다. 주전 키스톤 이학주(19개)와 김상수(10개)까지 적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이학주의 수비는 시즌 초반 적응기를 거치며 분명히 나아졌고, 새로운 외인 야수 살라디노의 합류는 분명 3루 수비에서의 플러스 요인이다. 3루수 살라디노 – 유격수 이학주 – 2루수 김상수 – 1루수 이원석으로 이어지는 내야 라인은 최소한 작년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시 한 번 강조해야 할 점은, 뷰캐넌의 성적은 팀의 내야 수비력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본인도 첫 인터뷰부터 수비를 언급하는 등 꽤나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성공한 외국인 투수의 사례를 남기고 싶다면 가장 분발해야 할 곳은 삼성의 내야진일지도 모른다. 

뷰캐넌은 생각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불안해 보이는 영입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공이 빠르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유도하며 마지막 시즌을 망친 NPB 출신의 우완 투수. 2년 전 삼성에서 뛰었던 재크 페트릭을 떠올리기 충분한 인상이다. 하지만 페트릭과 뷰캐넌을 비교하는 것은 뷰캐넌에게 매우 미안한 처사이다. 

먼저 그는 NPB 센트럴리그에서 타자구장으로 손꼽히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진구구장에서 투구를 했다. ML 무대로 비유하자면 쿠어스 필드를 3년간 홈으로 썼다는 얘기와 비슷하다. 그 와중에 2018년은 진구구장의 파크팩터가 가장 높았던 시즌이다(2018년 진구구장 득점 파크팩터 1.41, 홈런 파크팩터 1.78). 

파크팩터 – 야구경기를 하는 구장의 성향을 나타내는 지표. 각 구장 별로 타자 친화적 / 투수 친화적을 가를 수 있는 지표로도 활용 1을 기준으로 1보다 크면 타자에게 유리 1보다 작으면 투수에게 유리함.

앞서 언급했듯이 뷰캐넌은 이러한 홈 구장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아쉬운 모습을 보인 수비진까지 등에 업고 10승을 한 경력이 있는 투수다. 2019년을 기준으로 홈구장으로 한정했을 시 가장 높은 득점팩터를 보여주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등에 업고 던져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강한 멘탈을 가진 선수라 할 수 있다.

일본 리그는 꾸준히 홈런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공인구를 교체하면서 타고투저의 흐름이 한풀 꺾인 시기에 KBO 무대를 밟은 것 또한 뷰캐넌에게는 호재다. 리그 전체적으로 뚝 떨어져버린 장타 비율은 그가 가진 레퍼토리의 효율이 가장 높아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도 있다. 

전망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다소 아쉬운 마지막 시즌을 보냈지만 반등의 요소는 매우 많다. 먼저 부상을 겪으면서도 존 안에 공을 집어넣는 본인의 스타일은 망가지지 않았다(19시즌 9이닝당 볼넷 2.9개). 또 리그를 가리지 않고 보여준 다양한 구종을 통한 땅볼 유도능력은 바뀐 공인구와 맞물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삼성은 선발투수들이 더 분발(19시즌 삼성 선발투수 소화이닝 763.2이닝 – 리그 8위)해 줘야 할 팀이다. 그렇기에 해외에서 주로 불펜으로 뛰다가 KBO로 와서 선발로 전환해 뛰는 투수들 보다 커리어 내내 선발로 뛰며 선발이 더 익숙한 뷰캐넌 같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낮춰줄 가능성이 높다. 이닝 수에 따른 관리를 추가적으로 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은 한 시즌을 운영해야 하는 감독에게는 굉장히 큰 요소로 다가온다. 

게다가 KBO리그에서 모두 에이스 역할을 맡아 본 투수들(데이비드 허프,앤디 밴해켄, 제이크 브리검, 세스 후랭코프)조차 NPB리그에서 선발로 채 한 시즌을 버티지 못했다. 중간에 불펜으로 나름 성공적인 보직 전환을 한 허프의 케이스가 있지만, 뷰캐넌은 부상으로 다소 부진했던 마지막 시즌을 포함해도 세 시즌을 꽤나 준수하게 선발투수로써 버텼다. 

물론 시범경기에서 괴물 투수라는 소리를 들었고 전문가들도 가장 기대했던 작년의 외국인 투수 저스틴 헤일리의 케이스(부상 -> 부진 -> 중도 교체)가 반복될 수도 있다. 심지어 커리어 동안 부상이 없던 헤일리와는 다르게 뷰캐넌은 바로 직전 시즌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한 마이너스 요소도 있다. 하지만 기존 부상 부위가 아닌 이상 선수가 어느 부위를 다칠지 알 수는 없다. 구단은 건강한 선수를 영입해서 그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쪽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삼성은 지난 4년간 외국인 투수의 영입에 있어 너무 많은 실패를 했다. KBO는 결국 외국인 3인방의 성적에 따라 가을야구가 결정된다고 해도 무방한데, 삼성은 이 부분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더 높은 순위로 도약하기 위해서 라이블리와 짝을 맞춰줄 에이스 카드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 뷰캐넌은 과연 허삼영 호의 새로운 에이스가 되어줄 수 있을까? 

에디터= 야구공작소 송민구 

일러스트= 야구공작소 이찬희

기록 출처= BASEBALLDATA.JP, Base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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