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크 스넬은 프라이스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최윤석] 탬파베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이다. 1998년 팀이 창단된 이후로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항상 리그 최하위권이었다. 구단이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적었기 때문에, 구단 프런트는 이미 검증된 선수를 비싼 값에 영입하기보다는 유망주를 직접 키워 전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해야했다. 그래서 그들은 유망주를 발굴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제임스 쉴즈, 에반 롱고리아 등과 같은 팀의 팜(farm) 출신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역대 탬파베이 팜(farm) 출신 좌완 선발 투수

 

탬파베이는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하기 힘든 상황에도 항상 강속구를 던지는 훌륭한 좌완 투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데블 레이스 시절 스캇 캐즈미어를 시작으로, 레이스로 팀명이 바뀐 이후에는 데이빗 프라이스와 맷 무어가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이어왔다. 그리고 2016년, 이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투수가 등장했다. 그의 이름은 블레이크 스넬이다.

 

가능성을 보인 스넬의 루키 시즌

 

스넬의 마이너리그-메이저리그 성적

 

스넬은 2011년 전체 52순위로 탬파베이에 지명되어 프로에 입단할 수 있었다. 그는 계약 보너스로 비교적 큰 금액인 68만 4,000달러를 받아 팀 내에서 큰 기대를 받았지만, 큰 부상이 없었음에도 2013년까지 평범한 성적을 올리자 기대치는 점차 낮아졌다. 그러나 2014년 기량이 만개하며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이듬해에는 하이 싱글A에서 트리플A까지 수직 상승해 지난 7월에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는 존 그레이, 마이클 풀머 등 뛰어난 루키 투수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스넬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시즌 19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8패 3.54 ERA를 기록하며 다른 루키 투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활약을 보였다. 또한 그는 9이닝 당 9.91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의 컨택%는 메이저리그 평균인 78.1%보다 낮은 74.3%로, 타자들은 배트에 공을 쉽게 맞추지 못했다.

 

스넬의 좌타자 상대(좌), 우타자 상대(우) 히트맵. 영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스넬의 모든 것이 만족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가장 큰 단점은 불안정한 제구였다. 지난 시즌 그는 12.7%의 BB%를 기록했는데, 이는 80이닝 이상 소화한 선발 투수 중 2번째로 높은 것이었다(1위 랜스 맥큘러스 12.8%). 또한 팬그래프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능력인 커맨드(Command) 부문에서 스넬에게 평균 이하를 의미하는 40점을 주었다. 그러나 스넬은 훌륭한 구위를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어마어마한 스넬의 구위

 

 

스넬의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구위를 가지고 있다. 올 시즌 그가 던진 패스트볼의 회전수는 평균 2507RPM(분당 회전수)을 기록했고, 2450RPM 이상인 패스트볼의 비율은 무려 44.8%나 되었다. 메이저리그 투수의 패스트볼 평균이 2249RPM이고, 2016년에 8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중 그보다 더 높은 평균 회전수를 기록한 선수가 저스틴 벌렌더와 맥스 슈어저, 다르빗슈 유뿐이다.

또한 스넬이 구사하는 커브의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패스트볼과 커브의 무브먼트 차이는 무려 18.2인치였는데, 이는 커브를 10% 이상 커브를 구사한 91명의 투수(80이닝 이상)들 중 10위에 해당했다. 그보다 무브먼트 차이가 많이 난 선수들은 클레이튼 커쇼, 크리스 틸먼, 드류 포머란츠 등 각 팀의 에이스급 투수가 대부분이었다. 커브의 무브먼트가 정상급인 만큼 커브로 타자를 상대한 성적도 좋았다. 지난 시즌 커브의 피안타율은 0.043(43타수 2안타)이었고, 순수장타율(장타율-타율)은 0.022에 불과했다. 그 외에도 패스트볼과 구속이 9mph 가량 차이나는 체인지업과 날카롭게 꺾이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슬라이더는 스넬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지난 시즌 스넬이 좋은 성적을 거둔 가장 큰 이유는 피홈런이 적기 때문이었다. 스넬의 뜬공 대비 피홈런의 비율(HR/FB)은 5.6%로 매우 낮았다. 보통은 운이 좋았거나, 신인들의 가장 큰 무기인 생소함 때문에 이러한 성적이 나온다. 그러나 스넬의 경우 낮은 피홈런 비율은 그의 훌륭한 패스트볼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시즌 동안 회전수 2450RPM 이상을 기록한 패스트볼의 순수장타율과 타구의 비거리는 나머지 패스트볼에 비해 낮았다. 구위 좋은 스넬의 패스트볼이 장타 억제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2016년 그는 메이저리그 평균인 0.298보다 훨씬 높은 0.356 BABIP를 기록했는데, 이는 그가 지난 시즌에 다른 선수들보다 운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블레이크 스넬, 나비처럼 날아!

2014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프라이스가 트레이드된 이후로 탬파베이는 확실한 좌완 선발 투수를 찾을 수 없었다. 프라이스의 대가로 받아온 드류 스마일리는 약 2년 반 동안 15승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2013년 17승을 기록했던 맷 무어는 토미존 수술과 재활로 인해 2015년 7월에야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016년 스넬은 탬파베이에게 있어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2017년에 겨우 2년 차가 되는 스넬이 당장 사이영상을 수상할 당시의 프라이스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現) 에이스 크리스 아처가 건재하고, 그 뒤를 알렉스 콥과 제이크 오도리지가 받쳐주고 있어 그의 성장이 급한 것도 아니다. 다만 스넬이 여유를 갖고 부상없이 시즌을 치르지만 한다면 시즌이 끝날 즈음에는 팀의 어엿한 에이스가 되어 마운드에 선 그의 모습을 기대해 볼 만하다.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com, Baseball Savant, Brooks Baseball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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