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같은 볼’의 유혹을 가장 잘 참아낸 타자는: 2019시즌 업데이트

[야구공작소 장원영] 작년 3월, 필자는 ‘스트라이크 같은 볼’의 유혹을 가장 잘 참아낸 타자는?이라는 글을 발행했다. 타자들이 골라내는 볼이 다 같은 볼이 아니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글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글의 본문을 아래에 발췌해 수록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볼과 포수 머리 위를 한참 넘어간 볼은 질적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조경환 전 KIA 타이거즈 타격코치에 따르면,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3개 이상 벗어나는 볼은 대체로 타자들이 쉽게 구분해낸다고 한다. 동시에 스트라이크 존에서 공 한두 개 정도 빠지는 볼을 골라내는 것은 타자의 성향과 역량, 그리고 경기 상황 등에 달렸다는 말도 전했다…”

[그림1] ‘스트라이크 같은 볼’, 유인구 영역

“…조경환 전 타격코치의 발언을 바탕으로, 유인구가 스트라이크 존에서 최대 2개 가량 벗어난 경우에 이를 효과적으로 골라낸 타자들을 찾아봤다. 이 글에서 ‘유인구’는 [그림1]이 나타내는 영역에 투구된 볼로 정의하며, 야구공의 지름은 3인치(7.62cm)로 계산했다. 심판의 볼 판정은 반영하지 않고 타자의 스윙 여부만 고려했다…”

이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2018시즌의 유인구 스윙 비율 순위와 볼넷 비율 순위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었다. 두 지표 사이의 상관관계는 생각만큼 뚜렷하지 않았다. 또, 패스트볼 계열의 유인구와 변화구 계열의 유인구를 골라내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필자는 2018시즌 ‘스트라이크 같은 볼’의 유혹을 잘 참아냈던 타자들이 2019시즌에는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유혹을 견뎌낸 자들 ver. 2019

예상외로 2019시즌은 2018시즌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상위권을 차지한 선수들의 면면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유인구에 대한 스윙 비율 자체가 4%p나 줄었다. 이는 패스트볼 계열 유인구와 변화구 계열 유인구로 구종을 나눠서 살펴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위권 선수들의 면면이 많이 달라졌다면, 2018시즌과 2019시즌 사이의 유인구 스윙 비율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선수별 유인구 스윙 비율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2018시즌과 2019시즌 사이에 각 타자의 유인구 스윙 비율은 0.69의 상관관계를 기록했다. 2018시즌 유인구를 잘 참아냈던 타자들은 2019시즌에도 비슷한 인내심을 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두 시즌 내리 250구 이상의 유인구를 상대한 42명의 타자들로 조건을 한정했을 때의 결과다. 조건을 100구 이상으로 낮추면 84명이 조사 대상이 되는데, 이때는 상관관계가 0.59까지 떨어졌다. 표본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마지막으로 유인구 스윙 비율과 볼넷 비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두 지표는 2018시즌에 이어 2019시즌에도 크게 다른 양상을 띠었다. 2019시즌 유인구 스윙 비율 상위 10명 중 볼넷 비율 10위 내에 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재밌는 점은 볼넷 비율과 유인구 스윙 비율 간의 상관관계가 두 시즌 연속 0.40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물론 0.40은 약한 상관관계지만, 두 시즌 모두 비슷한 수준을 기록함으로써 유인구 스윙 비율과 볼넷 비율 간 일정한 관계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타자 입장에서 유인구 스윙 여부는 과정이고, 볼넷은 최종 결과물이다. 즉 유인구 스윙 여부가 볼넷을 얻어내는 데 작지만 꾸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생각해볼 점 ver. 2019

유인구 스윙 비율의 시즌 간 상관관계가 강력하지 않은 이유로는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1년 사이에 급변한 리그 환경이다. 공인구 반발계수가 대폭 낮아지면서 타자들이 타격 스타일과 타석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유인구 스윙 비율이라는 지표 본연의 문제다. 조경환 전 KIA 타이거즈 타격 코치는 “유인구를 골라내는 것은 타자의 성향과 역량 그리고 경기 상황 등에 달렸다”고 말했다. 볼 카운트, 아웃 카운트, 주자 유무 등의 경기 상황이 타자의 성향과 역량만큼 영향을 미친다면, 유인구 스윙 비율이라는 지표의 독자적인 설명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18시즌에 비해 리그 전반의 유인구 스윙 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상기한 공인구 교체가 초래한 리그 환경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글 말미의 언급처럼 타자들이 홈런을 포기하고 콘택트에 초점을 맞췄고, 존을 더 좁게 보면서 정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두 시즌 연속으로 유인구 스윙 비율을 계산하면서 더 많은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인구 스윙 비율이라는 지표가 지닌 맹점을 보완한다면, 타자의 선구안을 객관적으로 정량화하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박기태, 이의재
그림1 = 야구공작소 최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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