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슨 마차도,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우투우타, 185cm, 85kg, 1992년 2월 22일생
[야구공작소 이창우]성민규 단장의 취임 이래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가 이번 스토브리그 최초로 새 외인 타자를 영입했다. 내야 전체가 약점으로 지목되는 롯데지만, 유격수만큼은 신본기가 잘 받쳐주고 있었기에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 단장은 인터뷰에서 “공격과 수비 모두가 완벽한 선수를 선택할 순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 선수가 100만 달러 미만의 금액을 받고 KBO 리그에 올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점을 보이는 유격수 딕슨 마차도를 영입했다.
2020 시즌 롯데 내야 수비를 책임질 딕슨 마차도는 일견 ‘수비 원툴’ 선수로 보인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수비 하이라이트에 비해 겉으로 드러난 타격 성적은 초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강조한 성 단장이 이유 있는 영입을 수 차례 보여줬기에 그의 이번 선택에도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다. 마차도는 롯데의 바람처럼 리그 최정상급의 수비력과 포지션 평균 수준의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배경
베네수엘라 출신의 마차도는 만 16세였던 2008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국제 계약을 맺고 루키 리그인 베네수엘라 서머리그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지금은 185cm, 85kg의 건장한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지만 계약 당시에는 182cm, 58kg의 다소 부실한 체격 조건으로 크게 주목 받는 유망주는 아니었다.
커리어 초창기부터 그에게 기대되는 툴은 수비력이었다. 컨택트나 주루 능력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긴 했으나 빈약한 체격 탓인지 장타력은 썩 좋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2011년과 2012년에도 OPS는 각각 0.6을 넘지 못했다. 타율조차 2할 초반 혹은 1할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싱글A 레벨에서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로 이름을 날리면서 수비만큼은 ‘명품’으로 평가됐다.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2년 연속 최고의 수비와 어깨를 자랑하는 내야수로 선정되며 2012년에는 40인 로스터에 등재되기도 했다.
2013년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2014년엔 괄목상대했다. 상위 싱글A와 더블A 레벨에서 도합 131경기를 소화하며 커리어 최다 경기에 출전했고 홈런,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에는 트리플A 레벨에서 디트로이트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순조로운 시즌을 보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디트로이트 내 유망주 8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해 5월에 잠시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뒤 9월에는 부상당한 주전 유격수 호세 이글레시아스를 대신하기 위해 다시 승격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한 마차도의 수비 능력에 비해 타격 능력은 보잘것없었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빛을 발했는지 올해 시카고 컵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17홈런을 기록하긴 했다. 하지만 애초에 장타력에 강점이 없었던 만큼 이 성적이 ‘반짝 성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심이 그를 따라다녔다.
이에 2019 시즌 종료 이후 몇몇 팀들이 그의 영입 여부를 두고 갈등하던 사이, 마차도의 뛰어난 수비와 타격 발전 가능성을 눈여겨본 롯데가 발 빠르게 움직여 그를 영입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20-80 스케일 :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평가하는 스카우팅 리포트에 등장하는 지표. 50이 평균이며 숫자가 낮을수록 선수의 약점, 높을수록 강점으로 볼 수 있다.
마차도의 20-80 스케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송구와 수비다. 유망주 시절 그의 수비와 송구 능력은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 받았고, 그가 빅리그에서 뛸 수 있었던 것도 수비 덕분이었다.
롯데가 마차도에게 가장 기대하는 것도 내야 수비의 안정이다. 올해 롯데는 144경기 체제에서 KBO 리그 역대 최다인 114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유격수 마차도는 마이너와 메이저를 통틀어 939경기에서 겨우 135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단순 숫자로만 봐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표의 UZR 수치에서 보듯 마차도는 유격수로선 리그 평균 수준의, 2루수로선 평균 이상의 수비수였다. KBO에 비해 빠르고 강한 타구가 빈번한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의 수비력을 갖췄다는 점은 큰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타격이다. 최근 ‘플라이볼 혁명’이 야구계의 화두가 되고 있지만 마차도의 타구 스타일은 플라이볼과 거리가 멀다. 땅볼이 2타석당 1번 꼴이다. 타구를 구장 곳곳으로 날려 보내는 스프레이 히터도 아니다. 타구의 절반이 좌중간으로 가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마차도를 상대하는 팀은 3루 쪽으로 치우친 수비 시프트를 고려할 만하다.
마차도가 올 시즌 좋은 타격 성적을 보여준 만큼 KBO에서 선전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조금은 무리가 있다. 그가 소속된 리그가 타고투저로 유명한 PCL이었기 때문이다. PCL은 반발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올해 처음 도입하기도 했다. 마차도의 타격 성적 상승이 ‘반짝 성적’으로 의심 받는 이유다.
하지만 마차도의 배트가 아닌 ‘눈’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표에서 보듯 마차도는 스트라이크든 볼이든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타자는 아니다. 다만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은 확실하게 타격한다. 이는 마차도의 선구안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충분히 뛰어난 수준임을 보여준다. 헛스윙도 리그 평균 대비 적은 편이다.
종합하자면 마차도는 ‘장타력은 미미하지만 볼을 골라내는 능력과 컨택트 능력은 상당한 최상급 수비수’로 요약된다. 게다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 증량과 장타력 향상을 이뤄낸 만큼 KBO 리그에서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선보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KBO 리그에서 외인들에게는 본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잘 적응하고 성실하게 지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마차도는 미국에서 성실한 선수(Hard Worker)로 팀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직업 의식 면에서도 큰 잡음이 없었다. 실제 롯데는 성실함과 근면함을 마차도의 영입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런 평판을 조회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올 시즌 롯데가 장착한 강력한 무기다.
전망
롯데는 3년 연속으로 센터 내야수 외인을 영입했다. 그 중 1명은 반쯤 성공했고(번즈), 1명은 실패했다(아수아헤). 하지만 정밀하면서도 꼼꼼한 ‘프로세스’를 표방하는 성 단장의 결정이기에 이번엔 다를 것이라 믿어봐도 좋을 듯하다.
특히 2019년 롯데 투수진의 땅볼/뜬공 비율은 1.13로 리그 1등이었다. 스플리터를 가장 많이 던지면서 땅볼을 많이 유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책 수 1위’ 롯데 야수들은 투수진을 돕기는커녕 짐이 될 뿐이었다. 수비력에서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마차도가 롯데의 성적을 끌어올려줄 것이라 기대해 볼 만한 이유다. 타격에서 리그 평균 유격수 정도만 해줄 수 있다면 롯데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MLB닷컴 스카우팅 리포트는 마차도를 ‘플래시(Flashy)’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여기에는 ‘현란한’이라는 의미도, ‘잠깐 반짝이는’이라는 의미도 있다. 마차도가 현란한 퍼포먼스로 달라진 롯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될지, 화려한 수비 하이라이트만 남겼다 사라지는 섬광에 그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에디터= 김지호, 박효정
기록 출처= 팬그래프 닷컴, Milb.com, thebaseballcube, MLB Pip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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