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롯데 자이언츠>
[야구공작소 윤정훈] 롯데 자이언츠의 손아섭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2010년 주전 우익수 자리를 차지한 후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2019년은 그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2019시즌 KBO리그는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인해 리그 전반적으로 타격 지표의 하락이 있었다. 손아섭 또한 공인구 변화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으며, 이 때문인지 10년 연속 3할 타율 달성에도 실패했다.
사실 부진은 타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장타율은 0.1 이상 하락했으며 출루율 또한 4푼 이상 하락했다. 각각 주전이 된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리그 타율이 2푼가량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타율 하락은 이해 가능한 수준이나, 장타율의 변화는 리그 변화폭(0.450 -> 0.386)을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기에 ‘심각한 부진’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인구 변화로 이 모든 것을 설명해 내기엔 공격지표들의 변화 폭이 너무나도 컸다. 그래서 필자는 그의 내야 뜬공과 내야안타 비율에 주목했다.
늘어난 내야뜬공과 내야안타 비율
손아섭의 19시즌 내야뜬공%(내야뜬공/뜬공아웃)와 내야안타%(내야안타/안타)는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내야안타 개수와 내야안타%는 전년도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내야뜬공은 그렇다 하더라도 내야안타는 출루로 연결된다. 내야안타로 출루를 했으니 좋은 결과가 아닌가?
‘출루를 했다’ 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내야안타는 좋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전반적 공격 생산성의 ‘숫자적인 면’만을 따져 본다면 어쨌든 살아나간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내야뜬공과 내야안타의 증가는 결국 ‘ 타격 타이밍이 잘 맞지 않은 상태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잘 맞지 않은 상태, 즉 질 낮은 타구는 시즌 내내 손아섭을 괴롭혔을 것이며 이를 보완하고자 무수한 메커니즘 분석과 수정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 ‘압박감’이 손아섭 부진의 고리를 더욱 길게 이끌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다.
이유 없는 하락세는 없다. 올 시즌 손아섭에게 어떤 이유가 생겼기에 전체적인 공격지표와 더불어 내야뜬공 및 내야안타의 비율이 증가했을까? 필자는 배트각도의 변화에서그 실마리를 찾았다.
변한 배트각도
올 시즌 손아섭의 타격 메커니즘이 변한 기미를 보였다. 중계화면을 통해 보았을 때 스윙 직전에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의도했는지와 관계 없이 확실히 아래 화면을 통해 보이는 손아섭의 스윙 직전 배트의 각도는 변한 것처럼 보인다. 아래 그림은 필자가 변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두 장면이다. 좌측이 18시즌, 우측이 19시즌 타격 직전 모습이다.
두 사진이 동일한 타이밍의 장면을 캡처한 것임을 감안할 때 배트의 각도가 명확하게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18년도의 배트 윗 부분은 정수리 쪽을 향하고 있지만 19년도의 배트 윗 부분은 정수리 쪽이 아닌 뒤통수 쪽을 향해 눕혀져 있다.
눕혀져 있는 배트각도는 스윙 궤적의 변화를 불러왔다. 18년도의 스윙 궤적이 탑에서 바로 투수 쪽으로 끌고 나오는 형태의 궤적을 보여줬다면, 19년도의 스윙 궤적은 포수 쪽으로 크게 원을 그리는 형태의 궤적이었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가 타격의 타이밍에 있어 정타와 내야 뜬공/땅볼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또 한 가지 근거가 있다. 바로 ‘낮아진 직구타율’ 이다.
낮아진 직구 타율
손아섭의 직구 contact%는 작년(86.2%)에 비해 올 시즌(88%)이 높은 편이었다. 직구 상대 타율은 0.377에서 0.314로 대폭 낮아졌지만 최소한 맞추는 것에 있어서는 올해가 더 좋았던 셈이다.
전체적으로 직구 contact%가 높아졌지만 낮아진 구간도 있다. 몸쪽 상-중 구간의 contact%는 전년도에 비해 하락했으며 타율 또한 같이 하락했다. 즉 전체적인 대응 능력은 좋아지는 가운데 몸쪽의 대응 능력이 나빠진 것이다 .
몸쪽 contact%와 타율이 하락한 이유로 바로 위에서 말한 스윙 궤적의 변화를 꼽고 싶다. 스윙 궤적의 변화는 몸쪽 contact%와 타율의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프로의 세계에서 아주 쉬운 먹잇감이 되었을 것이다. 약점이 노출된 코스에서는 강한 타구의 생산성도 떨어지기 마련이기에 올 시즌의 부진에 대한 퍼즐을 맞추어 나가기에 충분하다.
돌아 나오는 듯한 스윙 궤적이 몸쪽 공, 특히 빠른 공을 공략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코스에 비해 몸쪽 코스가 좀 더 빠른 반응속도를 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구는 다른 구종에 비해 타자가 공을 인식하는 지점과 인식하는 지점을 지나 타자의 고유 히팅포인트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월등히 빠르다. 결국 손아섭은 배트각도의 변화가 발생하면서 몸쪽 대응이 나빠졌고, 그에 따라 직구 타격 결과도 전년도에 비해 하락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은 어떨까? 과거 로이스터 감독이 이대호에게 말했던 것처럼, 최고레벨의 타자에게 누군가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2020시즌은 손아섭의 진정한 클래스가 증명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19시즌의 부진(?)을 털고 일어나 다시 한 번 S급 타자로 군림하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 .
에디터= 야구공작소 조경환, 송민구
기록 출처= www.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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