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요! 타요! 우리 구단버스 타요!’

[야구공작소 이상희] 지난해 4월 MLB.com은 MLB 30개 구단의 2016시즌 예상 이동거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구단별 평균 이동거리는 32,713마일(약 52,646km)로 지구 한 바퀴를 돌고도 남는 거리이다.(지구 한 바퀴의 거리 약 40,192km) 시애틀 매리너스(이하 매리너스)는 47,704마일(약 76,772km)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고, 시카고 컵스(이하 컵스)는 가장 짧은 이동거리를 나타냈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우천 취소 등으로 인해 약간의 변동은 있었지만 가장 많은 이동거리를 기록한 매리너스와 가장 적게 이동한 컵스의 격차는 2배에 가까웠다.

<2016 MLB 구단별 예상 이동거리 (상하위 5팀)>

공교롭게도 매리너스는 2001시즌을 마지막으로 MLB에서 가장 긴 포스트 시즌 가뭄을 겪고 있는 팀이다. 올 시즌 역시 최종 성적 86승 76패(서부지구 2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이동거리에서 가장 어드밴티지를 받은 컵스는 염소의 저주를 깨고 올 시즌 10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6 시애틀 매리너스 예상 이동거리 (사진 제공 = MLB.com)>

MLB에서 이동거리에 대한 빈부격차는 비단 올 시즌만의 일이 아니다. 시애틀은 캐나다 밴쿠버와 인접해있는 구단으로 30개 팀의 연고 도시 중 위도 상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로 인해 매리너스의 이동거리는 자연스럽게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매리너스는 한 시즌 50,000마일(약 80,467.2km) 장벽을 3번(’11,’13,’14)이나 깬 유일한 구단이다. 그 뒤로도 에인절스, 애슬래틱스, 레인저스, 다저스 등 태평양에 인접한 서부지구 팀들이 매년 많은 이동거리를 소화하고 있다. 반면 타이거즈, 인디언스, 레즈, 컵스 등 중부 지구팀들은 미 대륙 가운데에 있어 매년 이동거리로 인한 어드밴티지를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 KBO는?

 

<KBO 리그 구단별 이동>

MLB에 비해 구단의 분포 면적이 훨씬 작고 구단 수 및 경기수 역시 적은 KBO 리그의 경우는 어떨까.

KBO 리그는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된 2015시즌부터 팀당 경기수를 128경기에서 144경기로 대폭 늘렸다. 2016시즌은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두 번째 해였다. KBO 리그의 이동거리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2015시즌과 2016시즌, 2년간의 이동거리를 조사해 어떤 팀들이 이동거리에서 이득 혹은 손해를 봤는지 살펴보았다.

항공편으로 이동을 하는 MLB와 달리 KBO 리그는 구단버스로 이동을 한다. 구단별 이동거리는 NAVER 지도 기준 실시간 도로 교통 상황을 배제하고 각 구장과 구장 간 거리를 계산하였다. 올 시즌 넥센이 목동구장에서 고척스카이돔, 삼성이 대구시민구장에서 대구라이온즈파크로 구장을 이전함에 따라 이동 거리에도 약간의 변화를 동반했다. 여기에 청주, 포항, 울산에 제2구장 역시 이동거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였다.

2016시즌 구단별 평균 이동거리는 10,297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인 394km를 구단버스로 15번씩 오고 가는 정도였다.(2015시즌 구단별 평균 이동거리 11,160km) MLB에 비하면 훨씬 짧지만, KBO 리그에도 이동거리에 따른 빈부격차는 존재했다.

 

 

2016시즌 최장거리를 이동한 팀은 13,053km를 이동한 KIA였고, NC가 11,512km로 뒤를 이었다. 2015시즌 역시 최장거리를 이동한 팀은 KIA(13,357km)였으며 남부지방 팀인 롯데(13,170km), NC(12,100km)가 그 다음으로 많은 이동거리를 소화했다. 반대로 최단거리를 이동한 팀은 2년 연속 SK였고, LG, 두산, 넥센, kt 등 수도권 팀이 뒤를 이었다.

이동거리의 빈부격차가 실제 성적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2년간 구단별 정규시즌 순위와 이동거리 순위를 비교해보면 성적과 이동거리 간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동거리가 짧은 팀이라고 해서 순위가 반드시 높지도, 이동거리가 긴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낮지도 않았다. 또 2015시즌보다 이동거리가 짧아짐 혹은 길어짐이 반드시 순위 상승 혹은 하락으로 연결되는 양상 역시 나타나지 않았다.

 

 

최장거리 이동 팀과 최단거리 이동 팀 간 1.5배라는 이동 격차는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미묘한 차이였을까. 이동거리가 최종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각 팀의 기본적인 전력을 비롯한 다른 요인에 의한 차이가 너무 컸을지도 모른다.

 

2017시즌은?

이동거리와 성적이 절대적 관계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올 시즌 꿀 같은 일정을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팬들이 한마음일 것이다. KBO는 지난 12월 14일 2017시즌 정규시즌 경기일정을 발표했다. 보도자료에서 KBO는 구단별 이동거리를 최소화하고 주말 및 공휴일 경기수를 가급적 균등하게 편성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지리적 불리함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었다.

하늘의 뜻에 따라 추가될 우천취소 일정은 배제하고 2017시즌 예상 이동거리를 계산해보면 롯데가 가장 많은 이동거리(10,961km)를 소화할 예정이다. 반면 가장 적은 7,269km로 일정상 가장 유리한 팀은 kt다. 둘 사이의 차이는 약 3,692km로 우천취소 일정을 포함하지 않은 지난 2년간 최장-최단 거리 팀 간 차이(2015시즌-3,146km, 2016시즌-3,137km)에 비해 소폭 증가한 수준이다.

 

 

2017시즌 KBO 리그 월별 예상 이동거리를 살펴보면 혹서기 일정이 주목해 볼 만하다. 8월 둘째 주 이후 3연전 체제가 2연전 체제로 바뀌면서 모든 팀들이 전반적으로 이동거리가 늘어나는 양상을 띤다. 특히 NC는 8월 한 달 동안에만 가장 많은 이동거리인 3,335km라는 죽음의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8월이 순위를 가리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년 연속 꼴찌팀에 대한 KBO의 작은 배려인 것일까. kt는 총 이동거리가 7,000km대로 독보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특히 7월은 모든 경기가 수원, 잠실, 고척에서 치러진다. 일정의 덕으로 kt가 창단 3년 만에 꼴찌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것이다.

<2017 KBO 리그 월별 예상 이동거리>

기록 출처: Statiz, MLB.com, NAVER 지도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4 Comments

  1. 일일히 이동거리 계산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목이 눈에 띄니 글도 잘 읽히네요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