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시즌 성적 – 8위 (60승 83패 1무 승률 0.420)
[야구공작소 송동욱] 2018시즌 삼성은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지 못했다. 아쉬운 결과였지만 팀의 주축 선수들이 보여준 선전과 미래가 될 선수들의 성장은 2019년을 기대하게 할 만했다. 프런트도 겨우내 SK의 우타 거포 김동엽을 영입하며 착실한 전력 보강을 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들려온 양창섭의 팔꿈치 수술(토미 존) 소식은 시작부터 발목을 잡으며 삼성을 다시 한 번 제자리 걸음에 머물게 만들었다. 팀도 창단 이래 처음으로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프롤로그 –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올 시즌을 맞이하기 전, 삼성의 외국인 투수 조합은 최근 몇 년 중에서 가장 좋아보였다. 전문가들이 가장 기대된다고 첫 손에 꼽았던 저스틴 헤일리와 드래프트 1라운더 출신 덱 맥과이어가 그 주인공이었다.
실제로 헤일리는 3~4월 동안 6번의 선발 등판에서 2.5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고 맥과이어는 4월 21일 한화전에서 노히트노런에 성공하며 적응기간의 부진을 끊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4월의 마지막 등판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한 헤일리는 복귀 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었고(56.1이닝 47자책 7.51) 맥과이어는 한 번의 임팩트 이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두 외인 모두 시즌을 함께 완주하지 못했다.
외국인 두 명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 선발진은 붕괴했다. 삼성 선발진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WAR(5.72)과 세 번째로 높은 평균자책점(4.83)을 기록했다. 공인구 교체 후 투고타저 흐름으로 돌아서는 리그 트렌드가 무색할 정도였다.
타선도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러프와 김상수를 제외한 기존의 주축 타선은 모두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삼성의 유격수 자리를 10년째 지키던 김상수를 2루로 밀어낸 유턴파 이학주의 모습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주장 강민호는 데뷔 이래 2번째로 낮은 타율(0.234)로 시즌을 마감했으며 구자욱 또한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커리어 로우급 성적을 기록했다. 수년간 정상급 리드오프로 활약한 박해민의 부진도 뼈아팠다.
전반적으로 올 시즌 삼성의 야구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2018 시즌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최고의 선수 – 러프&김상수
올 시즌 개막 전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공인구 교체였다. 몇 년간 지속된 타고투저의 흐름을 막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올해 리그 홈런 수는 급감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40개를 넘기지 못한 타자가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갔다(박병호 33개).
러프도 홈런 개수는 줄어들었다(33개->22개). 하지만 러프의 타격 생산력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었고(wRC+145.8, 9위) 3년 연속 100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의 기둥 역할을 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러프는 내년에도 푸른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타선의 중심이 러프였다면 공격의 첨병은 김상수였다. 거듭된 발목 부상으로 인해 부진을 거듭하며 다소 적은 금액(3년 18억원)으로 삼성에 잔류했지만 올 시즌 21개의 도루와 함께 반등에 성공했다. 20도루를 넘긴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이학주의 합류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겼지만 바뀐 포지션에도 잘 적응했다. 후반기는 다소 아쉬웠지만 잔부상 없이 제대로 복귀한 첫 시즌임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더욱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발전한 선수 – 백정현
올 시즌 처참하게 무너진 선발진 속에서 그나마 위안거리를 찾자면 백정현의 성장세다. 프로 13년차인 32살의 좌완에게 성장세라는 표현은 다소 어색할 수 있겠지만 올해 백정현은 분명히 성장했다. 개인 최다승 타이(8승), 최다 이닝(157이닝)을 기록했고 통산 첫 완봉승도 기록하며 내년에도 선발 한 자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로 올라섰다.
전반기(4.79)보다는 후반기(3.30)에 확연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며 시즌을 기분 좋게 끝낸 점도 고무적이다. 지금 삼성에는 한 경기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에이스도 필요하지만 건실하게 한 시즌을 끌어줄 수 있는 3~4선발 자원도 필수적이다.
기대되는 미래 – 원태인
올 시즌 삼성팬들의 전반기는 이 선수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난해의 양창섭에 이어 또 한 명의 영건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며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era 2.86). 후반기(9.45)에는 다소 무리한 기용과 그에 따른 체력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긴 했지만 내년 시즌을 기대해 볼 정도의 임팩트를 준 것만은 분명하다.
경북고 출신의 강속구 정통파 우완투수. 삼성팬들이 그렇게 기다리던 새로운 에이스는 이 선수일지도 모른다.
아쉬운 선수 – 강민호, 구자욱
이 항목에 두 선수의 이름이 오를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지난 시즌 투수진의 안정에 강민호의 공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 못할 사실이며 구자욱은 최근 몇 년간 러프와 함께 팀 타선의 주축이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타율 0.234, OPS 0.719로 극도로 부진했고 홈런은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13개로 줄었다. 여기에 부진한 성적 외에도 상대방 유격수와 대화를 나누다 견제사를 당한 일명 ‘잡담사’를 기록하며 주장으로써 절대 해서는 안 될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구자욱은 시즌 전부터 장타력을 늘리기 위해 체중을 90kg까지 늘렸다. 하지만 구자욱은 2017년부터 장타력 증가를 위해 매년 벌크업을 해왔고 결과는 만족스러운 적이 없었다. 1번은 실수고 2번은 과정이지만 3번은 결과다. 진정한 프로라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보다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먼저 아닐까.
결론 및 KEY POINT
- 돌아오는 오승환과 새롭게 개편될 불펜진
오승환이 돌아온다. 오승환이라는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가슴이 뛰지 않을 삼성팬이 있을까? 게다가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심창민까지 가세한다. 올해 최지광,장필준,우규민,임현준 등이 잘 막아줬지만 확실한 마무리가 없던 것도 사실이다.
어느 팀에 가도 당장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원이 그것도 동시에 두 명씩이나 합류한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두 선수의 가세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던 최충연의 선발 도전도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 드디어 구장을 쓰는 방법을 터득한 걸까?
삼성이 홈으로 사용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매우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홈구장을 쓰는 팀이라면 당연히 이 이점을 살려야 한다. 삼성도 이를 모르지 않았겠지만 개장 후부터 작년까지는 장타 부분에서 인상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공인구가 바뀌고 나서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이 감소한 지금 오히려 삼성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 시즌 10개 팀 중 각각 9위와 8위를 기록한 팀 홈런과 장타율이 올해는 팀 홈런 2위, 팀 장타율 공동 3위로 전반적인 상승을 이뤄냈다.
타선의 승리 기여도와 생산력을 볼 때 여전히 답답했지만 장타 부분만큼은 해법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는 지표다. 상대가 못해서 반사 이익을 보든 본인들이 잘해서 이익을 보든 어쨌거나 실마리 하나는 찾은 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새로운 감독은 어떤 야구를 보여줄까?
일찌감치 시즌을 마친 삼성을 올해를 마지막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한수 감독의 대체자를 잦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는 전력분석팀에서 오래 근무했던 허삼영 팀장의 승격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인사이동이었다.
프로 통산 1군 4경기 등판에 평균자책점 15.43이라는 기록이 전부인 새로운 감독에게 사람들의 관심은 집중됐다. 과거의 유명세가 명장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생소해도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인물이라 어떤 야구를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가진 전력만 잘 사용했어도 5강 경쟁도 해 볼 만한 팀이었다. 감독의 지도력이 문제였다면 내년 시즌 결과는 판이할 수도 있다.
내년이면 마지막 정규시즌 우승으로부터 정확히 5년째를 맞는다. 팬들의 인내심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속고 또 속아도 보게 되는게 야구라고는 하지만 삼성은 정말, 정말 이것보다는 잘해야 되는 팀이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송민구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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