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장원영] 올해 KBO리그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투고타저를 겪었다. 무엇보다 홈런이 지난 시즌보다 40%가량 줄었다. 지난해 600경기를 치르는 동안 HR%(타석당 홈런 비율)는 3.04%였다. 그런데 올해는 1.82%에 그쳤다. 리그 HR%가 2%를 밑돈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당혹스러운 쪽은 아무래도 타자들이다. 코칭 스태프와 타자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공이 뻗지 않는다’는 말을 쏟아냈다. 특히 제라드 호잉과 이대호, 김재환 등 지난해까지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강타자들이 바뀐 공인구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KBO리그가 이정도의 투고타저를 의도했는지와는 별개로, 어쨌든 타자들은 바뀐 리그 환경을 받아들여야 한다. 갑작스러운 변화 때문에 손해를 본 선수가 있다면 그만큼 이득을 취한 선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최대 피해자 – 사실상 거의 모든 타자들
타구추적데이터에 따르면 올 시즌 발사 각도가 20~45도인 뜬공의 비거리는 지난해 대비 3.6m가량 줄어들었다. 3.6m는 홈런이 뜬공 아웃으로 둔갑하기 충분한 거리다. 이를 통해 지난해 비거리가 짧은 홈런이 많았던 타자들이 올해 큰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아쉽게도 KBO리그의 타구 비거리 데이터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차선으로 지난해와 올해 타자들의 홈런/뜬공 비율을 비교했다. 각 타자의 홈런/뜬공 비율은 기대 뜬공 아웃/땅볼 아웃 비율로부터 추정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경우 홈런/뜬공 비율은 뜬공 타구 60개 전후에서 안정화된다. 하지만 KBO리그 스탯의 안정화 속도는 전반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비해 느리다. 이에 좀더 넉넉히 지난해와 올해 각각 60개 이상의 뜬공 아웃을 기록한 타자들의 기록 변화를 살펴봤다.
위 조건을 충족하는 타자 65명 가운데 60명의 홈런/뜬공 비율이 작년보다 하락했다. 리그 전반적으로 홈런이 줄어든 만큼 대부분의 타자들은 홈런 감소를 피해가지 못했다. ‘비거리가 짧은 홈런을 자주 쳤던 타자들이 올해 큰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는 가설도 어느정도 들어맞았다. 감소율이 가장 높았던 상위 10명은 모두 장타자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파워가 압도적인 강타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덜 볼 것’이라는 시즌 초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35홈런 이상을 기록한 7명 가운데 4명(김재환, 로하스, 한동민, 최정)의 홈런/뜬공 감소율도 45%를 웃돌았다. 그나마 박병호, 로맥, 러프가 30% 내외의 감소율에 그치며 체면치레를 했다. 사실상 공인구는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고 수혜자 – 아웃라이어?
흥미롭게도 위 5명은 공인구 변경으로 인한 손해에서 벗어났다. 나머지 60명의 사례를 고려하면 이들은 ‘아웃라이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스타일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공인구 극복의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울 듯하다. 아마도 비시즌 동안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줬거나, 훈련을 통해 신체 능력이 향상됐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위 타자들은 표면적인 기록이 나타내는 것보다 더 발전한 홈런 생산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물론 홈런/뜬공 비율의 증가와 감소가 오롯이 공인구 탓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준 타자도 있을 것이며, 올해 유독 잔부상에 시달린 타자도 있을 것이다. 때마침 노쇠화로 기량이 하락한 선수도 있을 것이며, 홈런 1~2개 쯤은 바람을 타고 운 좋게 넘어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유례 없을 정도로 홈런 감소 현상이 발생한 만큼, 꽤 많은 지분을 공인구 변화에 두어도 좋을 것 같다.
기록 출처: STATIZ
표지 사진 = flickr.com
에디터 = 야구공작소 서주오,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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