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본인 >
관중석으로 넘어온 파울볼, 주운 사람이 가져가는 것 아니야?
지난 주 주말에 2018 KBO 정규시즌이 개막했습니다. 개막 전부터 프로야구를 기다려온 팬들이 시범경기장을 찾았는데, 필자도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갔었습니다. 한창 경기가 진행되던 중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넘어왔고, 근처에 있던 관중이 그 볼을 주웠습니다. 그런데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관중에게 다가와 무언가 말한 후 그 파울볼을 가져갔습니다. 시범경기가 무료입장이라 관중이 파울볼을 갖고 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였는데요. 보통 관람석으로 넘어온 공은 주운 관객이 가져가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를 보면서 파울볼의 소유권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KBO 규약·규정·규칙 등에는 ‘경기 중 관중석으로 넘어온 공’의 소유권에 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요.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1921년 경기 중 관중석으로 넘어온 홈런볼을 주운 관중과 구단이 홈런볼의 소유권에 대해 소송을 해서 관중이 승소한 후부터 관중의 것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KBO도 정규시즌의 경우 관중이 파울볼은 물론 홈런볼을 주운 경우에 가져가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관중석으로 날아온 공은 어떤 법리적 과정을 거쳐 관중의 소유로 인정되는 것일까요?
KBO와 경기사용구 독점 구입
우선 KBO가 주관하는 공식 경기인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사용하는 야구공을 경기사용구라고 합니다. KBO는 『KBO 경기사용구 규정』을 정하여 경기사용구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해당 업체가 규정에 따라 만든 공을 경기사용구로 승인합니다. 야구공의 재질, 무게, 크기 등에 따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KBO가 각 구단에 공인사용구 공급
KBO리그규정은 ① 정규시즌의 경우 제16조에서 KBO가 이렇게 만들어진 경기사용구를 월마다 한 번씩 사서 각 구단에 공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② 퓨처스리그의 경우 제69조에서 홈구단이 경기사용구를 준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16조를 준용하는 규정은 없으나 경기사용구 제작업체와 독점계약을 맺은 곳이 KBO인 만큼 KBO를 통해 공인사용구를 공급받는다고 해석됩니다.
경기진행 중 공인사용구의 소유권
① 정규시즌의 경우 KBO리그규정 제16조에 따라 구단에 경기사용구가 전달된 이후에는 구단 담당자가 경기사용구의 관리 책임을 맡습니다. 경기담당자는 제9조에 따라 홈 구장의 임원인데, 2017년의 경우에는 각 구단 단장이었습니다. ② 퓨처스리그의 경우에도 홈 구단이 경기사용구를 준비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경기담당자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만큼, 구단 담당자가 경기사용구에 대한 전적인 권능을 갖는다고 봐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KBO야구규칙 3.01은 심판원이 ① 경기시작 전 홈구단으로부터 경기사용구를 수령하고(c), ② 홈구단이 필요에 따라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경기사용구를 1타 이상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한다(d)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칙을 보면 홈구단이 제공하는 경기사용구만 해당 경기에 사용되고, 경기 중 경기사용구가 여러 개 사용되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했을 때, 결국 경기 중 공인사용구의 소유권은 해당 경기의 홈 구단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중 공인사용구가 교체되는 경우
KBO규칙 3.01 (e)에 따라 심판원은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최소한 2개의 예비 공을 갖고 있어야 하고, 경기 중 필요에 따라 수시로 홈구단에 예비 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심판원은 ① 공이 더러워지거나 더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경우나 ② 투수가 공의 교환을 요구했을 경우에 예비 공을 사용하는데요. 야구경기의 필수품인 공에 하자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심판이 예비 공을 사용하는 경우, 그러니까 공을 교체하는 경우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③ 공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거나 관중석 안으로 들어갔을 경우입니다. 홈런은 물론 파울의 경우에도 경기사용구를 교체하는 것이지요.
관중석으로 넘어온 파울볼, 관중이 주워도 될까요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날아가면 호루라기를 불어서 파울볼로 인한 부상을 주의하도록 하고, 진행요원이 와서 파울볼로 다치지 않았는지 확인할 뿐입니다. 경기 중 사용하는 공인사용구의 소유권이 홈 구단에 있는 만큼, 파울볼을 회수해도 되는데 말이죠. 실제 축구·농구·배구의 경우, 관중석으로 공이 넘어가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 공을 회수하여 다시 경기에 사용하곤 합니다. 결국 홈 구단의 진행요원이 관중으로부터 파울볼을 회수하지 않는 건 그 공의 소유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관중석으로 넘어간 공은 주인이 없는 동산(動産)이 되고, 민법 제252조 제1항에 의해 소유의 의사로 파울볼을 주워 점유한 자가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홈 구단이 관중석으로 넘어간 공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야구에서는 그 공 대신 다른 공을 경기사용구로 사용하게 하는 규칙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한편, 경기 당 관중석으로 넘어간 공이 그리 많지 않아서 홈 구단이 굳이 회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도 있겠죠. 메이저리그는 2017년 2,467경기에서 73만개 이상의 투구가 있었는데, 약 18%인 약 13만개가 파울볼이었습니다. 2014년 정규시즌 20경기를 비교한 한 자료에 의하면, KBO리그는 한 경기의 평균 투구수가 약 313개이고, 약 18%인 56개가 파울 타구였습니다. 그 중 관중석으로 넘어간 공의 비율은 약 19%라고 하니, 결국 1이닝 당 약 1개의 파울볼이 관중석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이 정도면 홈 구단에 큰 부담은 아닙니다.
정규시즌에는 입장 시에 관람료를 지불하는데, 경기공인구 1개의 가격이 가장 저렴한 좌석의 금액 정도인 만큼, 매 경기 10개 내외의 파울볼을 기념품으로 갖고 가더라도 비용부담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파울볼을 줍는 것, 오래 기억될 추억
< 2017년 잠실야구장에서 주운 파울 공 >
2017년 한해 KBO 정규시즌을 관람한 누적 관중 수는 8,400,688명이고, 2018년에는 그 이상이 관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팬들이 야구경기를 관람하러 직접 방문하는 것은 현장에서 응원팀을 응원하며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는 공을 관중석에서 줍는다는 것은 오래도록 기억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울볼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지만, 야구장을 찾는 소소한 재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야구공작소 한민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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