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예상 성적: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91.6승 70.4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87승 75패),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
프롤로그 – 또다시 어메이징했던 1년
[야구공작소 박기태] 뉴욕 메츠는 알찬 스토브리그를 보내며 시즌을 시작했다.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FA로 풀린 거포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1년 뒤 옵트아웃이 가능한 3년 7500만 달러의 계약으로 붙잡았을 때. 1년 뒤 더 큰 규모의 계약을 노린 세스페데스의 노림수와 그를 필요로 했던 메츠의 계산이 맞아 떨어졌다. 메츠는 이 밖에 2루수 다니엘 머피를 피츠버그의 닐 워커로 교체했고(좌완 존 니스와 트레이드), 유격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와 좌완 안토니오 바스타도, 외야 알레한드로 데아자 등을 영입했다. 43세 시즌을 맞이하는 바톨로 콜론과는 재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스토브리그를 마치고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메츠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메츠의 가장 강력한 무기, 2011 필라델피아 이후 차세대 ‘판타스틱 4’로 불릴만한 선발진은 건재했다(맷 하비-제이콥 디그롬-노아 신더가드-스티븐 마츠). 외야수 마이클 커다이어-후안 라가레스를 마이클 콘포토-세스페데스로, 2루수 머피를 워커로, 유격수 윌머 플로레스-루벤 테하다를 카브레라로 교체하며 타선의 업그레이드도 이뤄졌다. 한 마디로, 뉴욕 메츠는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작년보다 강해져 있었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메츠는 부상의 악령으로 1년 내내 신음했다. 가장 먼저 4월에 포수 트래비스 다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후 플로레스가 햄스트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1루수 루카스 두다가 복합 골절로 3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며칠 뒤 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메츠의 심장, 3루수 데이빗 라이트가 목 디스크 판정을 받은 것. 선수 생활의 지속조차 장담할 수 없는 부상이었고, 라이트는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라이트가 마지막 경기를 치른 5월 27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였던 메츠는 바로 2연패로 지구 1위 자리를 내줬고, 그 뒤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번도 지구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비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월에는 부진을 거듭하던 에이스 맷 하비가 흉곽출구 증후군으로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이 밖에도 호세 레예스, 후안 라가레스,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등이 계속해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선발 스티븐 마츠, 제이콥 디그롬은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선발 출장을 건너뛰었고, 9월 초에는 닐 워커가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디그롬과 마츠는 결국 9월말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끝냈다.
이런 부상의 해일 속에서도 메츠는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8월 19일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에 5.5경기 차로 뒤져있던 메츠는, 이후 40경기에서 27승 13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거둔다(동일기간 내셔널리그 1위). 9월이 되자 타선에서는 커티스 그랜더슨과 아스드루발 카브레라가 분전했고(그랜더슨 9월 8홈런 OPS 1.028, 카브레라 9월 6홈런 OPS 0.970), 구멍난 선발 로테이션에는 세스 루고와 로버트 그셀만이라는 뉴페이스들이 나타났다(루고 시즌 29.1이닝 2.76ERA, 그셀만 시즌 35이닝 2.06ERA). 마지막 40경기에서, ‘어메이징 메츠’가 되살아났다.
결국 메츠는 8월 29일 지구 2위 자리를 탈환했고, 마지막까지 1경기 차이의 피말리는 접전 끝에 와일드카드 자리를 차지했다. 홈에서 치르게 될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선발로는 메츠의 자랑 신더가드가 낙점됐다. 그러나 ‘어메이징 메츠’는 거기까지였다. 메츠의 앞에는 포스트시즌이 낳은 괴물 매디슨 범가너가 길을 막고 서있었다. 시티필드를 가득 채운 4만 4천여명의 관중의 앞에서, 범가너는 한 점의 점수도 허락하지 않으며 메츠의 2016년을 끝냈다.
MVP – 노아 신더가드, 닐 워커
2016년 4월 3일. 장소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카우프만 스타디움. 순간,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시속 95마일의 공이 ‘30cm 가까이 휘어지면서’ 좌타자의 몸쪽으로 향했다. 타자는 온 힘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헛스윙. 전광판에 95-93-93이라는 숫자가 연달아 찍혔다. 공은 계속해서 부메랑처럼 휘어졌다. 세번 연속 헛스윙. 켄드리스 모랄레스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노아 신더가드의 전설이 탄생했다.
데뷔 2년만에 신더가드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 남은 것은 사이영 상을 비롯한 트로피뿐이었다. 신더가드는 183.2이닝 동안 218개의 탈삼진을 솎아냈고, 볼넷은 단 43개만 내줬다. 평균자책점 2.60은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 2.29에 비하면 안타깝게 보일 정도의 결과. fWAR은 6.5로 메이저리그 2위(149이닝을 던진 클레이튼 커쇼가 소수점 차이로 1위), bWAR은 5.3으로 메이저리그 10위이자 내셔널리그 6위에 올랐다.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면 단연 사이영 상 후보 1순위였을 것이다. 메츠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범가너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신더가드는 지지 않았다.
신더가드에게 걱정되는 것은 역시 로테이션을 이탈하게 만든 팔꿈치 굴곡(bone spur) 부상이다. 신더가드 뿐만 아니라 동료 신인 스티븐 마츠도 같은 부상을 겪었다. 마츠는 수술을 받았지만, 신더가드는 잠시 쉬었다 시즌을 이어갔다는 게 차이점이다. 확실히 부상 전후로 신더가드의 폼은 한 단계 내려갔다. 탈삼진은 여전히 많았지만 볼넷 수가 많아졌고, 평균자책점 역시 상승했다.
6월 22일 부상 전후의 신더가드 성적
부상 전: 14경기 85.0이닝 1.91ERA 12볼넷 106삼진, 11.2 K/9 1.3 BB/9
부상 후: 16경기 92.2이닝 3.11ERA 31볼넷 108삼진, 10.5 K/9 3.0 BB/9
많은 이들이 신더가드의 부상을 시속 100마일 강속구와 시속 95마일 슬라이더의 조합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지나치게 강력한 공을 몸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메츠의 댄 워든 투수 코치와 선수 본인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결과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부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를 많은 야구 팬들이 바라고 있다.
투수 쪽의 MVP가 신더가드였다면, 타자 쪽에선 닐 워커를 꼽을 수 있다. 워커는 떠나간 다니엘 머피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웠다. 물론 머피의 지금 모습을 보는 메츠 프런트 오피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있겠지만, 올해 머피의 성적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에 가까웠다. 지난해 머피의 활약을 기준으로 하면, 워커는 충분히 그 이상을 해냈다.
2015 머피 & 2016 워커
머피: 538타석 .281/.322/.449 14홈런 73타점 -6DRS -1.3UZR* 2.5fWAR
워커: 458타석 .282/.347/.476 23홈런 55타점 +0DRS 9.3UZR* 3.7fWAR
*DRS, UZR은 2루수 기록
올해 워커가 기록한 성적은 개인적으로도 커리어 하이에 가까웠다. 타격은 130 wRC+를 기록했던 2014년 이후 가장 좋았고(122 wRC+) 수비면에서는 처음으로 플러스 수치를 기록했다. 세스페데스의 타격 성적에 묻힌 감은 있지만, 워커는 올해 메츠 타선에서 세스페데스만큼의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메츠가 워커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제안한 것은 거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만 워커가 내년 32세 시즌을 맞이하고 디스크 수술을 받은 걸 감안하면, 올해 이상의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주목할만한 선수 –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시즌 막판 메츠의 기적적인 와일드카드 진출을 이끈 것은 타선의 폭발이었다. 그 중심에 서있던 타자는 커티스 그랜더슨, 그리고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였다. 카브레라는 8월 중순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뒤 41경기에 165타석에서 .345/.406/.635 10홈런 29타점 179 wRC+를 기록하는 등 괴물같은 활약을 펼쳤다. 카브레라의 통산 타격 성적은 .269/.329/.419, 105 wRC+였다.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팬그래프>의 어거스트 파거스트롬은 MLB닷컴에 기고한 글에서 카브레라의 이런 변신에 주목했다. 그는 카브레라의 활약을 조심스럽게 작년 후반기 다니엘 머피의 폭발과 비교하며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머피와의 공통점을 찾았다. 하나는 공을 더 띄우는 스윙을 하며 땅볼 타구의 비율이 줄어든 것, 또 하나는 타석에 좀더 가까이 붙은 것, 마지막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볼카운트 싸움을 한 것이었다.
세 가지 공통점만으로 카브레라가 제2의 머피가 될 것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 카브레라의 모습이 커리어의 변곡점이 된다면, 최대 3년 2450만 달러(2018년 800만 달러 팀 옵션)에 그를 영입한 것이 2015-16 오프시즌 메츠가 한 최고의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LVP – 마이클 콘포토, 제이 브루스, 맷 하비
콘포토는 작년 후반기 56경기에서 .276/.335/.50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드러냈고, 새 시즌의 좌익수로 낙점받았다. 첫 달 콘포토는 .365/.442/.676을 기록하며 새로운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5월에는 정확도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169/.242/.349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91타석에서 볼넷 8개를 골라내는 동안 기록한 삼진은 무려 26개였다. 콘포토는 6월에도 타율 .119를 기록한 끝에 결국 마이너리그로 강등당했다.
콘포토는 7월 중순 콜업된 이후에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8월 12일 2번째 마이너리그 강등 뒤 9월 확장 로스터 시행과 함께 다시 메츠에 복귀했다. 9월에는 .237/.396/.421로 그나마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빅리그에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콘포토의 부진이 아니었다면, 메츠가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서 제이 브루스를 데려오는 일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콘포토 때문에’ 데려온 브루스도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이적 전, 신시내티에서 402타석 .265/.316/.559 25홈런을 기록한 브루스는 메츠에서 187타석 동안 .219/.294/.391 8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가장 큰 무기였던 장타 생산력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이적 전 ISO .295, 이적 후 ISO .172).
브루스는 내년 1300만 달러를 받으며,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 메츠 입장에서는 내년 브루스가 호성적을 거둬 트레이드 카드라도 되어주길 바랄 뿐일 것이다. 그러나 브루스는 그동안 시티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었다(통산 OPS 0.664). 이대로라면 브루스 트레이드는 2016년 메츠가 저지른 최악의 실수가 될지도 모른다.
한편, 뉴욕의 새로운 왕이 될 줄 알았던 남자는, 다시 한번 부상으로 스러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개막 전까지 맷 하비가 이런 성적을 내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토미존 수술을 받고 복귀한 지난해, 시즌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올 시즌이 시작되자 하비는 1선발이 아닌 5선발의 모습을 보였다.
결국 하비는 7월 4일 경기 이후 흉곽 출구 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재활과 수술을 고민하던 끝에 수술을 선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그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4.86. 과거 조시 베켓, 크리스 카펜터 등이 하비와 같은 병으로 수술을 받은 바 있지만, 완벽한 복귀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과연 하비는 다시 예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총평 & 내년 전망
하비-디그롬-신더가드-마츠로 이어지는 판타스틱4는 6월까지만 가동됐고, 그마저도 한 축인 하비가 삐걱대며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7월 하비의 시즌아웃, 신더가드의 부상, 디그롬과 마츠의 부상으로 메츠 팬들의 꿈은 환상으로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더가드-디그롬-마츠는 최소한의 몫을 해줬고, 대체자였던 루고, 그셀만과 노장 콜론이 마운드를 지켰다. 그 결과 당초 구상은 어그러졌지만, 메츠는 선발 ERA 3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부상의 악령이 야수진에도 손을 미치면서 타선이 작년보다 힘을 쓰지 못했다(팀 OPS 17위, wRC+ 16위). 거기에 기존 메츠의 2루수였던 머피는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맹활약하며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결국 범가너라는 괴물에 가로막히며 메츠는 시즌을 마감했다. 메츠로서는 부상이 너무나도 아쉬운 한 해였다.
이번 오프시즌의 최우선 당면 과제는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국 메츠는 얼마 전 4년 1억 1000만 달러 계약으로 그를 붙잡았다. 팀내 wRC+ 1위, 홈런 1위, OPS 1위(100타석 이상)였던 세스페데스의 존재는 메츠 타선에게 절대적이었다. FA 시장에서 세스페데스를 대체할만한 타자를 찾을 수도 없다.
한편 막판 부상으로 신음한 선발진의 상태는 낙관하기 이르다. 마츠와 디그롬이 겪은 굴곡 부상은 자칫 잘못하면 토미존 수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신더가드 역시 재활하지 않고 많은 공을 던졌다. 잭 휠러, 세스 루고, 로버트 그셀만 등의 자원이 있지만, 기존 선발진이 ‘상수’로 버텨주지 않는다면 어렵다. 이젠 바톨로 콜론도 없다.
그 밖에 포수, 1루수, 3루수 등 야수진에도 확신하기 어려운 포지션이 존재한다. 지난 개막전 때와 같은 낙관적 예상은 어렵다. 지구 라이벌 워싱턴의 전력도 건재하다. 메츠는 다시 한번 도전자의 입장에서 겨울을 맞이한다. 다행히 세스페데스를 잡은 첫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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