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정규시즌 2위 (83승 58패 3무), 한국시리즈 준우승
[야구공작소 김준호] 공룡의 행진은 너무나도 빨랐다. ‘NC의 1군 진입은 시기 상조, KBO는 6개 구단 체제가 적당하다.’는 장병수 롯데 전 사장의 우려가 무색하게 1군 진입 3년째였던 지난해에 이미 대권에 도전할 만한 팀으로 성장했다. 적중률 높은 외국인 선수 영입, 신인 지명 선수들의 빠른 성장, 쏠쏠했던 FA 영입까지, 팀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NC는 한층 더 진화했다. 경쟁팀 삼성의 핵심 선수 박석민을 FA로 영입하면서 약점 하나를 강점으로 바꾸었다. 기존의 강점들 역시 그대로였기에 사실상 완벽에 가까운 팀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NC를 우승 후보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되자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갔다. 새로 들어온 박석민은 약점을 잘 메꾸어 주었지만 기존의 강점들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각 선수들의 부진들이 크진 않았지만 작은 부진이 하나씩 모이자 큰 차이가 났다. 특히 선발진의 누수가 심각했다. 지난해 3선발이었던 이태양은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로테이션에서 사라졌다. 4선발이었던 이재학도 한때 등판을 하지 못 했다. 다른 젊은 선수들이 심기일전했지만 선발 투수 2명이 빠진 구멍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NC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0.589라는, 때에 따라 정규시즌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승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NC에게는 다사다난했던 시즌만큼이나 큰 문제가 있었다. 두산이 역대 최고의 팀 중 하나로 성장한 것이다.
작년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긴 했지만 NC와는 팀 WAR 차이가 꽤 났다(두산 45.98, NC 51.86). 게다가 두산은 김현수라는 유출이, NC는 박석민이라는 유입이 있었기에 두산이 NC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두산은 김현수의 유출을 박건우와 김재환의 성장으로 너무나도 쉽게 메웠다. WAR에서 큰 차이가 있었던 외국인 선수 역시(두산 1.4, NC 20.66) 두산은 아팠던 선수와 물음표를 가진 선수 두 명으로 거뜬히 해결해냈다.
경기 내적인 문제, 외적인 문제, 그리고 경쟁팀의 대폭발까지 모든 악재가 겹친 NC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시리즈에는 진출했지만 좋지 않은 모습만을 보이며 시즌을 끝내게 된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끝은 미약했기에 더욱 안타까운 시즌이었다.
좋았던 선수
기존에 NC를 빛나게 했던 이름들은 올해 살짝 아쉬웠지만, 새로운 이름과 의외의 이름들이 아쉬움을 보완해 주었다. 박민우는 타격에서 올해도 발전을 이뤄냈다(wRC+ 106.9-116.8-122.1). 국가대표 2루수의 세대교체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손시헌은 타격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의외의 고효율 FA’ 역사를 이어나갔다. 김성욱은 5월까지 .081 .125 .081 홈런 0개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올해마저 미완의 대기로 지나가는 듯했다. 그러나 뒤늦게 시동을 걸면서 6월부터 .290 .362 .520 홈런 15개의 쏠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준완은 홈런과는 거리가 먼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같이 무지막지하게 출루했다. 20.3%의 볼넷 비율은 300타석 이상 타자들 중 역대 4위. 그 위에는 2001년 호세, 1992년 김기태, 2003년 심정수가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임창민은 지난해에 이어 이상적인 마무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빠르지 않은 공에서 나오는 엄청난 탈삼진율은 기이할 정도다(50이닝 이상 투수 중 직구 평균 구속 39위, K/9 11.70, 2위). 대장암을 이겨내며 마운드에 돌아오는 ‘인간승리’를 보여주었던 원종현은 병마를 이겨내자 더욱더 강해졌다. 그러나 투병을 마치고 6월이 되어서야 복귀한 선수에게 70.2이닝이라는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한 것은 지나쳤다.
MVP – 박석민
박석민은 오늘도 열심히 달려요. (사진 제공: NC 다이노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박석민이 시장에 나온 것은 의외의 상황이었다. 삼성이라는 팀은 프랜차이즈를 잘 놓치지 않는 팀이고, 박석민은 최전성기에 있는 선수인 만큼 더욱더 그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장에 등장했고, NC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4년 최대 96억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우승에 도전할 마지막 카드를 노리던 NC에게는 최고의 영입이었다.
물론 NC의 청사진과는 다르게 박석민은 지난해 두산 우승의 마지막 조각이었던 장원준처럼 우승 청부사가 되진 못했다. 그렇지만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물밀듯이 계속 찾아오던 NC의 위기를 최소화해 준 제방이 되었다.
그리고 박석민은 2014년 wRC+ 76.4, 2015년 81.0에 불과했던 NC의 주전 3루수 자리를 .307 .404 .578 wRC+ 144.1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탈바꿈시켰다. 홈런도 32개나 때려내면서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구단의 선택과 팬들의 기대에 모두 부응한 것이다.
실망스러웠던 선수
실망스러웠던 선수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테임즈는 9월 들어 본인 커리어에서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커다란 부진이 찾아오며 인간계로 내려온 채 시즌을 마감한다(wRC+ 222.3→170.5). 그가 KBO에 처음 등장했던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월간 OPS가 0.950 밑으로 내려온 적 없지만, 올해 9월 OPS는 정확히 0.600이었다. 이 부진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져 NC의 가을마저 망치고 말았다. 경기 외적으로 팀의 품격을 망친 것은 덤이다.
나성범 역시 후반기 부진으로 인해 본인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OPS 전반기 0.981, 후반기 0.769). 2014년 잠재력을 폭발시킨 이후 두 해 연속 성적이 하락하고 있다(wRC+ 146.2-136.1-125.9).
스튜어트는 지난 시즌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여주며 ‘마산 예수’로 군림했지만 이번 시즌은 인간의 모습에 가까웠다.(ERA+ 179.0→111.6) 다만 시즌이 지나면서 점점 안정을 되찾으며 포스트시즌에서 마산 예수의 모습을 재연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민호는 본인에게 주어진 선발 기회를 제 스스로 차버렸다. 시즌 중반에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저지르면서 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LVP – 이태양
태양은 가짜였다. (사진 제공=NC 다이노스)
LVP라는 단어에서 ‘Player’라는 단어를 붙일 가치도 없는 ‘Person’이었다. 그가 남긴 야구 성적은 기록된 숫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다. 팀 동료들에게, 다른 팀 선수들에게, 그리고 KBO 리그 전체에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마운드 위 어린 투수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가슴 뭉클하고 그의 춤추는 듯한 공에 설렜을, 그를 사랑하던 수많은 팬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것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
이에 따른 대가는 그가 이 리그에서 영원히 파면되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Key Point – 포스트시즌에 약한 김경문 감독
올해 NC의 한국시리즈는 정규 시즌에서의 실망을 모두 잊을 만큼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열세라고는 생각되었지만 이렇게 참혹하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책임을 김경문 감독에게만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좋은 선수가 명장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나쁜 선수가 졸장을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라인업 조정, 작전 지시, 투수 교체 등 정규 시즌에도 하는 일을 그대로 할 뿐이다.
거기에 타선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라인업에 변화를 주려 해도 이렇다 할 자원이 없었다. 불운까지 겹쳤다. 1사 3루에서 하필 타구가 3루 주자가 잡힐 수밖에 없는 곳으로 갈 줄, 평범한 뜬공이 조명탑 속에 들어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투수진은 지친 와중에도 던질 만큼 던졌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우리는 어쩌면 야구 역사상 가장 불운했던 감독을 보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도 그랬다.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신예 김광현의 신기 들린 피칭이 두산을 가로막았다.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는 역시 조명탑에 공이 들어가더니, 5차전에서는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되고 말았다. 2010년 플레이오프에서는 5차전 경기 초반 승기를 잡았지만 에이스 히메네스의 손에 갑작스럽게 물집이 잡히면서 경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만다. 패배에는 항상 이유가 있지만 그가 고전했던 시리즈에선 유난히 의외의 선수들과 상황이 많이 나타났다.
올해 한국시리즈 패배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책임은 차라리 강팀을 가지고 정규시즌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물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의 포스트시즌은 올해도 너무나 불운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년은?
시즌이 끝난 후 김경문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재계약 여부가 발표되지 않아 한동안 혼란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NC는 김경문 감독과 다시 한번 함께하기로 했다.
NC는 내년에도 여전히 대권에 가까운 팀이다. 타선에서는 기존 선수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김성욱, 김준완 등의 유망주들이 알을 깨고 나올 준비를 마쳤다. 비어 버린 선발진은 어린 선수들이 잠재력을 보여주며 내년 시즌 한 축을 담당해줄 것이다. 젊으면서 뛰어났던 계투진은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유일한 염려는 전력 외적인 부분이다. 현재 경찰과 NC 구단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는 승부조작 은폐 사건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모든 청사진은 송두리째 날아갈 것이다.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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