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적: 정규시즌 3위(77승 66패 1무), 준플레이오프 진출
[야구공작소 남통현] 정규시즌 3위. 전문가, 팬,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빠져나간 전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2015시즌 종료 후 에이스-필승 계투-3,4번 타자가 유출 되었고, 이들이 2015시즌에 거둬들인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25.88 에 달했다. 2015시즌 팀이 거둔 총 WAR이 47.39인것을 감안하면 한 시즌 사이에 전력이 반 넘게 빠져나간 것이다.
게다가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팀의 특성상 외부 수혈은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이 전부였다. 브룸바-캘러웨이 정도의 외국인을 데리고 오지 않는 이상 ‘IF’라는 의문부호가 붙는 선수들로 빠져나간 선수들의 빈 자리를 채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넥센의 2016년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혜성처럼 등장한 에이스 신재영이 밴헤켄이 떠난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필승조가 증발해 버린 불펜은 이보근(홀드1위) – 김상수(홀드3위) – 김세현(세이브1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며 여느 팀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타선에서는 어느 한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해 주면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 했다. 리드오프로서 새롭게 가능성을 보여준 박정음(출루율 0.395, 16도루)과 부상 이후 본 모습을 되찾은 서건창, 20-20을 달성한 넥센의 희망 김하성까지.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넥센은 5월부터 시즌 마지막까지 쭉 3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준비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팀 컬러의 변화도 넥센의 선전에 한몫 했다. 넥센은 홈런 타자가 부재한 현실과 목동에서 고척돔으로 바뀐 홈구장에 맞춰 적극적인 주루를 강조하는 팀으로 변했고,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SPD : Bill James가 고안한 주루통계지표로 선수의 주루능력을 0에서 10점 사이의 숫자로 평가한다.
*RAA(주루) : 평균대비 득점생산(주루)으로 여러 상황에 따른 추가 진루 비율, 주루사 비율과 각 플레이의 득점 가치를 이용하여 계산
고종욱(도루 28개), 김하성(28개), 서건창(26개), 임병욱(17개), 박정음(16개), 유재신(16개) 등 두 자릿수 도루가 가능한 야수들이 적극적인 주루를 펼치면서 한 시즌 만에 팀 도루가 100개에서 154개로 늘어났다. 자연스럽게 홈런의 팀에서 스피드의 팀으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박병호와 유한준의 빈자리는 점차 느껴지지 않았다.
BEST – 드디어 나타난 토종 선발 신재영
올 시즌 히어로즈 최고의 히트상품 신재영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올 시즌 넥센의 최고의 히트 상품은 누가 뭐래도 신재영이다. 2006년 류현진 이후 처음 나타난 신인 15승 투수이자 2009년 이현승 이후 7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넥센의 토종 선발이다. 넥센 팬들이 애타게 찾았던 토종 에이스가 드디어 나타났다.
신재영이 시즌 전부터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상무에서 복귀한 ‘중고 신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시즌 초 염경엽 감독의 선발 구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토종 1선발로 생각한 선수는 양훈이고 2선발은 박주현이었으며 신재영은 3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재영은 본인의 1군 데뷔전이었던 4월 6일 한화전에서 역대 3번째 데뷔전 무사사구 선발승을 기록하면서 존재감을 알렸고, 전반기에만 10승을 거두며 선발 로테이션을 굳건히 지켰다.
직구 구속이 느리고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던 것은 투피치이지만 이를 원하는 대로 꽂을 수 있는 제구력과 투피치의 단점을 만회하고도 남는 두 종류의 슬라이더 덕분이었다. 신재영은 9이닝당 볼넷 1.12개로 압도적인 리그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5년 우규민(1.00개)과 1991년 선동열(1.11개)에 이은 KBO리그 역대 3위 기록이었다. 또한 직구와 거의 같은 폼에서 나오는 두 종류의 슬라이더는 구종가치 25.9로 리그 1위에 올랐다.
비록 후반기에는 전반기 만한 모습은 보여 주지 못했지만 그는 이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신인일 뿐이다. 후반기 들어 조금씩 맞아나가자 기존의 직구, 슬라이더에 체인지업을 간간이 섞는 등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의 신재영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WORST – 못해도 너무 못했다. 양훈 / 채태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 준 올 시즌 넥센에서도 실망스러운 선수는 있었다. 투수 쪽에서는 양훈, 타자 쪽에서는 채태인이다. 양훈의 경우, 2015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쳐 시즌 초 토종 1선발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은 아니었기에(38.1이닝) 깜짝 활약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고, 그 걱정은 현실이 됐다.
1승 6패 평균자책점 8.28, WAR -0.99. 최소한 선발 로테이션은 지켜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6월 3일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이후 간간이 1군에 등록되어 등판하기는 했지만 호투하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부진하면서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올 시즌 400타석 이상 들어선 1루수 중 가장 낮은 장타율(0.397), OPS(0.743), wRC+(84.1), WAR(-0.14)을 기록했지만 연봉은 3억에 달하는 만 34세의 1루수. 바로 채태인이다. 기록에서 나타나듯 채태인의 타석에서의 생산력은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넥센의 1루를 지키던 선수가 박병호 였던 것을 감안하면, 팬들은 더욱 허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발전한 선수 – 넥센의 새로운 수호신 김세현
지난해 12월 개명한 김세현. 그가 올 시즌 주전 마무리로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넥센의 마무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마저 들렸다. 마무리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안정감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김세현의 커리어는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좋은 구위를 가졌지만 제구력이 불안한 전형적인 ‘넥센형’ 투수였던 김세현은, 제구가 개선되자 곧바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가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수호신 김세현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롯데와의 개막 3연전에서 연속 실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의 모습을 갖춰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줄여오던 볼넷을 거의 완벽하게 줄여내면서 구위와 제구 모두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개막 이후 6월 25일 LG전에서 히메네스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127타자 연속 무볼넷을 이어갔다. 시즌 볼넷 7개는 올 시즌 6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최소 기록이다.
김세현은 시즌 36세이브로 세이브 타이틀을 따내면서 2011년 오승환 이후 처음으로 무패 세이브왕이 되었다. 새로운 필승조가 한 시즌 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김세현이 마무리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KEY POINT – 돌아온 에이스 밴헤켄
2015년부터 일본 진출 의사를 보였던 밴헤켄은 시즌을 마친 뒤 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진출을 강행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다시는 밴헤켄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밴헤켄이 부진으로 세이부에서 방출당하고 넥센 외국인 선발투수의 부진이 겹치면서, 7월 22일 넥센은 피어밴드를 웨이버 공시하고 계약금 없이 옵션 10만 달러에 밴헤켄을 재영입한다.
일본에서의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고 나이도 37세로 적지 않았기에 걱정스러운 시선도 존재했으나 밴헤켄은 실력으로 모든 우려를 잠재웠다. 7월28일 복귀전에서 리그 1위인 두산을 상대로 6이닝 1실점 9K를 기록하면서 자신이 KBO에 돌아왔음을 알렸다.
돌아온 에이스 밴헤켄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밴헤켄이 돌아오면서 선발 로테이션도 자연스럽게 밴헤켄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복귀 후 등판한 12경기에서 팀은 9승을 거두었고 밴헤켄은 2.67의 WAR을 기록했다. 팀 내 투수 중 2번째로 높은 것으로, 밴헤켄이 얼마나 선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마치며
2016시즌을 3위로 마무리하면서 기대를 한참 웃도는 성적을 거두었다. 그토록 찾던 토종 에이스를 얻었고 새로운 마무리도 생겼다. 팀의 주장이자 기둥인 서건창은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 내년에는 조상우-한현희가 돌아오면서 투수진에서 플러스가 될 요인도 있다.
하지만 희망찬 다음 시즌을 기대하기도 전에 그 동안 팀을 이끌어 오던 염경엽 감독의 사퇴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대안은 너무나도 파격적이었다.
강한 프런트를 지향하는 넥센은 지도자 경험이 없는 프런트 출신 장정석을 감독으로 내세우면서 다음 시즌 더욱 강력한 프런트 야구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 감독이 지도자 경험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은 다른 팀과 똑같이 해서는 앞서 나갈 수 없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과감한 시도. 이것이 넥센이 살아온 방식이었고, 넥센은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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