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즌 성적: 9위(65승 1무 78패)
34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시즌
[야구공작소 송동욱]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 4년 연속 통합우승’
류중일 감독이 2011년 삼성의 제 13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기록한 성적이다. 구단은 우승을 원했고 감독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삼성은 명실상부 2010년대 최강팀으로 거듭났으며, 황금기는 영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새로운 구장과 함께 야심 차게 시작한 2016시즌, 삼성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최강팀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사실 2년 연속 팀 타율 3할(2015시즌 0.301/2016시즌 0.302)을 기록한 타선은 올해도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 리그 최강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나바로-박석민이 빠진 공백을 최소화했고,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리그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해 줬다.
2016시즌 삼성 타선의 주요 타격 성적(괄호 안은 리그 순위)
문제는 투수진이었다. 노쇠화와 세대 교체 실패로 인해 거의 모든 지표에서 구단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부진으로 생긴 선발과 불펜의 공백을 전혀 채우지 못했다는 데 있다.
2015시즌 삼성 선발진은 75번의 QS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49회로 급감했고 성공률 또한 지난해의 2/3정도밖에 되지 않는 34%에 그쳤다.
뒷문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삼성 불펜은 리그 3위인 4.6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6위로 미끄러지며 리그 평균인 5.05에도 미치지 못하는 5.2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앞과 뒤를 가릴 것 없이 팀 투수진에 전반적인 문제가 있었다.
베스트플레이어: 타격 3관왕, 야수 WAR 1위(7.75)에 빛나는 최형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2안타라는 극심한 부진에 시달릴 때만 해도 올 시즌 삼성에서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는 선수가 최형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 최형우는 정말, 정말 화려했다.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낸 최형우(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리그에서 조정득점 생산력(wRC+)이 높았던 타자는 누굴까? NC의 테임즈? 두산의 김재환? 한화의 김태균? 모두 그럴 듯한 후보지만 주인공은 최형우였다.
최다안타, 타율, 타점 1위로 타격 3관왕을 차지했고 2루타, OPS에서도 리그 1위에 오른 최형우는 쓰러져 가는 삼성을 지탱한 기둥이었다. 리그 전체 MVP에 도전해 봐도 좋을 성적이다. 팀 동료들이 하나 둘씩 팀을 떠나고 이제는 본인이 팀을 이끌어야 할 때라는 것을 자각한 듯 방망이를 매섭게 돌렸고, FA를 앞두고 그야말로 완전체 타자로 각성했다.
실망스러웠던 플레이어: 외인 5인방 <웹스터-발디리스-레온-벨레스터-플란데>
과연 요한 플란데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 5년간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기록들을 만들어낸 삼성 라이온즈의 원동력 중 하나는 좋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동행이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삼성에는 밴덴헐크, 나바로 등 좋은 외인들이 항상 함께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외국인 선수들은 달랐다.
2011~16시즌 삼성 외국인 선수 WAR 합계 (투, 타 포함)
올 시즌을 아롬 발디리스-앨런 웹스터-콜린 벨레스터의 3인방으로 시작한 삼성은 웹스터와 벨레스터의 계속되는 부진 끝에 결국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하지만 교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요한 플란데-아놀드 레온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플란데는 역대 삼성 투수들 중 가장 낮은 WAR(-0.87)을 기록했고 레온은 2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1.25라는 처참한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한 교체였는지 의문이 드는 성적이었다.
유일한 외국인 야수였던 발디리스도 전임자 나바로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0.851의 OPS와 115.5의 wRC+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나바로가 보여줬던 폭발적인 모습(2년 평균 OPS 0.979-wRC+141.2)에는 한참 부족했다. 또한 44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해 내구성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Key Point: 김한수는 삼성을 ‘조용한 강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삼성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한수 감독(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2009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삼성은 결국 4년의 통합 우승을 이뤄낸 감독을 단 1년의 부진으로 경질하는 아쉬운 판단을 내리며 오프 시즌을 시작했다. 빈자리는 김한수 감독이 이어 받았고, “젊고 강한 팀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젊고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 퓨처스, 육성군 선수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한다. 올 시즌 삼성의 문제점은 선발, 구원 가릴 것 없이 부진한 투수진이었다. 시즌 전부터 최충연, 이케빈, 장필준 등등 많은 신진 투수들이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과연 김한수 감독은 투수진을 재정비하며 선수 시절 본인의 별명이었던 ‘조용한 강자’처럼 삼성을 ‘조용한 강팀’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마무리: 정규시즌 5연패는 과거의 영광,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4년 연속 통합 우승과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깨지기 힘든 기록도 결국 과거의 영광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과 다르게 삼성은 1년 만에 눈 앞에 닥친 현실을 깨달아 버렸다. 바뀐 구단 정책으로 인해 예전만큼의 과감한 투자를 기대할 수도 없다.
하지만 타격코치 시절 팀 타선이 2년 연속 3할 타율을 칠 수 있게 지도한 김한수 감독의 능력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벌써부터 마크 위드마이어(61·Mark Weidemaier) 전 워싱턴 수비 코치를 외국인 선수 코디네이터로 영입했고 스카우트 팀에서도 대대적인 쇄신을 꾀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삼성은 구단 역사에 오명을 남길 만한 시즌을 보냈다. 타선은 최재원-구자욱-박해민 등의 젊은 야수진으로 개편한다고 해도 투수진은 1-2년 만에 쉽게 정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김한수 감독이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아직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많은 삼성의 내년 시즌이다.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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