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장원영] 필자는 지난 5월 KBO리그 ‘하이 패스트볼 붐’은 온다라는 글을 썼다. KBO리그 투수들의 하이 패스트볼 구사율이 2016년 이래 해마다 높아져왔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었다. 그렇다면 하이 패스트볼 구사율의 상승세는 시즌 끝까지 계속해서 이어졌을까? 시즌이 막을 내린 지금, 그 최종 결과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하이 패스트볼 붐’은 계속된다
최종 결과는 시즌 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이 패스트볼이 전체 패스트볼 투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즌 초보다 더 높아져 48%에 육박했다. 전체 투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시즌 초에 비해 살짝 낮아졌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1%P가량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시즌이 진행될수록 하이 패스트볼의 비중이 더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최근 들어 하이 패스트볼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영향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바뀐 공인구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경기를 치르며 타구가 뻗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투수들이 조금 더 과감하게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팀 단위로 봤을 때도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기존 선두주자들인 삼성, KT, SK가 시즌 끝까지 ‘하이 패스트볼 붐’을 이끌었고 나머지 팀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향을 유지했다. 다만 시즌 초만 해도 최하위였던 한화가 하이 패스트볼 비중을 7위까지 끌어올린 것이 눈에 띄었다.
생각해볼 점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서 선수별 하이 패스트볼 비중 변화 추이도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2018시즌과 2019시즌 사이에 각 투수들의 하이 패스트볼 구사 비중은 0.67이라는 높은 상관관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던 투수는 올해도 대체로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던졌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질지 주목해 볼 만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KBO리그의 평균 헛스윙 유도 비율이 14.7%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4월에만 해도 15.5%에 이르렀던 이 수치는 시즌 중반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본래 하이 패스트볼 비중이 늘어날 경우에는 헛스윙 유도 비율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 KBO리그의 헛스윙 유도 비율은 하이 패스트볼 비중이 44%대였던 2017년(14.5%)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 하나의 ‘만물 공인구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현재로서는 공인구의 나비효과라는 의심이 든다. 투수들이 시즌 중반 이후 공이 뻗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더 과감하게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했고, 타자들도 이를 감지하고 홈런을 포기한 채 콘택트에 집중했다는 가설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론 헛스윙 유도 비율이 하이 패스트볼 구사 비율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공인구가 아닌 다른 요인의 영향력이 더 컸을 수도 있고, 그저 오차 범위 안에서 감소세를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둘 사이의 추세를 장기적으로 지켜보면 갈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박기태, 이의재
표지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이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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