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 터너의 전력질주는 시작되었다

(사진=Flickr Lorie Shaull, CC BY 2.0)

트레이 터너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1라운드 지명을 받았으며, 매우 뛰어난 주루 능력과 플러스 등급의 수비 능력을 가진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드래프트되자마자 곧이어 윌 마이어스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워싱턴 내셔널스로 건너왔는데(추후 지명 방식), 2015년부터는 타격 재능도 두각을 드러내어 곧바로 AAA까지 승격하였다. 2016년에도 AAA에서 .302/.370/.471 25도루를 기록한 터너를 더는 마이너리그에 둘 수 없었던 워싱턴은 그를 곧바로 빅리그에 콜업해 중견수로 기용하였다.

터너는 놀랍게도 타격에서 매우 뛰어난 생산성을 보여주며 워싱턴 팬들을 설레게 하였다.

비록 시즌 중반 콜업된 탓에 7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터너가 기록한 .342/.370/.567 13홈런 33도루의 성적은 그를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2위에까지 오르게 하였다(1위는 다저스의 코리 시거).

<트레이 터너의 성적 변화>

터너는 2017시즌부터 워싱턴 내셔널스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았지만 2016년 당시 임팩트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하였다. 빠른 발을 활용해 매년 35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타격 성적은 오히려 후퇴하였다. 2017~2019년 터너가 기록한 평균 wRC+(조정 득점생산력) 는 109로, 2016년의 146에 한참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올 시즌 터너는 MVP급 타격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가 9월 10일까지 기록한 주요 성적은 다음과 같다.

<올 시즌 트레이 터너의 주요 성적>

BABIP가 0.386으로 다소 높은 것이 터너의 타구에 적잖은 운이 따랐음을 시사하지만, 그가 기록하고 있는 170의 wRC+(조정득점생산력)는 메이저리그 전체 7위, 유격수 전체 2위의 호성적이다. 또한 홈런 9개, 장타율 0.632로 스피드에 강점이 있는 선수임에도 많은 장타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27세 시즌을 치르고 있는 트레이 터너가 타격 커리어하이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레이 터너의 타격 세부 지표 변화>

흔히 타자의 성적 변화 이유로 지목되는 발사각도나 Hard Hit%(강한 타구 비율)에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2019년보다 소폭 떨어진 수치. BB%도 커리어 평균 수준이다. 그러나 K%는 19.9%→14.7%로 꽤 줄어들었다.

<트레이 터너의 타구 유형 변화>

발사각도나 강한 타구 비율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LD%(라인드라이브 비율)는 33.3%로 크게 증가했고 GB%(땅볼 비율)는 44.0%로 꾸준히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터너가 가장 뛰어난 타격을 보여주었던 2016년의 타구 비율과 유사하다.

또한 여기서 터너가 현재 기록 중인 높은 BABIP(.386)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로 많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 둘째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어 IFH%(내야 안타 비율)가 14.5%로 높다는 점, 마지막으로 삼진을 적게 당하며 컨택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이 중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 상승과 삼진율 하락은 아래에서 서술할 타격 어프로치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다시 <트레이 터너의 타구 유형 변화> 표를 보면, 터너가 2016년과 크게 달라진 점은 본래 당겨치는 유형에 가까웠던 그가 밀어치는 쪽으로 변화를 꾀하였다는 점이다. 데뷔 이후 항상 당겨치는 타구가 밀어치는 타구보다 많았던 터너는 올해 처음으로 밀어치는 타구가 더 많아졌다(Oppo% 24.9%→31.9%, Pull% 38.5→25.5%).

야구공작소의 한 칼럼에서도 언급되었듯 당겨치는 타구는 타구 속도와 비거리의 증가를 이끌어내어 많은 장타로 이어지지만, 터너는 오히려 ‘밀어치기’로 돌파구를 찾은 듯하다.


답은 밀어치기?

<좌 2019, 우 2020 Swing%>

터너의 Swing% 히트맵을 보면 중요한 변화가 두 가지 존재한다. 첫째, 존 한가운데로 형성되는 실투에 배트를 더 적극적으로 냈다. 이는 당연하게도 더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낼 확률을 높인다. 둘째, 몸쪽 코스 공들의 Swing%가 확연히 낮아졌다.

한마디로 터너는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기존과는 다르게 설정하며 실투를 공략하는 데 초점을 두었고, 밀어치기를 위해 몸쪽 공에 대한 적극성을 낮춘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타격 어프로치가 유효했는지 살펴보자.

<좌 2019, 우 2020 Whiff%>

Whiff%란 스윙 대비 헛스윙 비율로, 존에서 벗어난 낮은 쪽 코스의 공에 헛스윙한 비율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몸쪽 공에 대한 적극성을 낮춘 영향으로 몸쪽 낮은 코스의 헛스윙비율(49%→26%)이 바깥쪽 낮은 코스(60%→49%)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좌 2019, 우 2020 wOBA>

작년까지 몸쪽 코스 공에 대한 성적이 좋았던 터너는 올해 오히려 바깥쪽 코스 공들의 wOBA가 훨씬 증가하였다. 밀어치기를 동반한 바깥쪽 공략에 힘쓴 결과물이 아닐까. 또한 한가운데 몰린 공의 wOBA가 .318에서 .805로 크게 증가한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은 S존에서 벗어난 바깥쪽 공에 대한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는 점인데, 터너가 배드볼 히터가 된 것이 아닐까 궁금증이 드는 대목이다.

터너의 O-Swing%는 31.9%→29.3%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O-Contact%는 60.9%→71.9%로 크게 증가했다. Out Zone의 공에 배트를 휘둘러도 Contact%가 준수하고 wOBA가 매우 높은 것으로 보아 존에서 벗어난 바깥쪽 공을 노림수로 두고 타격을 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는 긍정적인 배드볼 히터의 모습이다.


구종별 대처

<구종별 Out Zone 헛스윙률>

터너의 구종별 기록 변화를 살펴봤을 때 눈에 띄는 점은 흔히 체인지업류로 불리는 오프스피드 구종(체인지업, 스플리터, 포크볼 등)에 대한 대처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이더라도 정확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터너는 그 결과로 Out Zone 헛스윙률이 전체적으로 낮아졌지만, 특히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류 유인구에 대한 대처가 좋아졌다. 세부적으로는 좌투수 상대 오프스피드 구종 헛스윙률이 크게 감소하였다는 점이 긍정적이다(71.4%→26.7%).

<구종별 LD%>

변화구 헛스윙률이 감소함과 동시에 정확한 컨택을 하고 있는 터너는 모든 구종에서 LD%(라인드라이브 비율)가 상승했다. 특히 브레이킹볼 상대로 37.5%의 많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냈다. 배럴 타구 비율 또한 전체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역시 브레이킹볼을 상대로 가장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다(4.1%→6.3%).

정리하면, 유인구 대처 능력이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는 밀어치기로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한 터너는 헛스윙률의 하락과 동시에 질 좋은 타구를 많이 생산해낼 수 있게 되었다.


마치며

과연 트레이 터너가 앞으로도 올해와 같은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까? ZiPS나 PECOTA와 같은 성적 예측 시스템들은 내년 시즌 터너의 성적이 커리어 평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터너는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타격 어프로치를 통해 삼진율을 낮춤과 동시에 타구 질의 발전을 이루어냈기에 이와 같은 성적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레이 터너의 데뷔 전후로는 유독 좋은 유격수 유망주들이 많았다. 그동안 카를로스 코레아(HOU), 코리 시거(LAD), 하비에르 바에즈(CHC), 글레이버 토레스(NYY) 등에 비해 터너는 살짝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올해 터너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리그 정상급 성적을 거두고 있다.

비록 소속팀인 내셔널스가 작년 기적과도 같은 우승 이후 올 시즌 크게 부진하고 있지만 팬들은 각성한 트레이 터너를 보며 위안을 얻고 있다. 올 시즌의 터너는 과연 플루크일지, 혹은 후안 소토와 함께 워싱턴의 타선을 내년에도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자.

(본 글에서 언급된 성적은 9월 10일 기준입니다.)



야구공작소 전희재 칼럼니스트

에디터=야구공작소 나상인

자료 출처=Fangraphs, Baseball Savant, 야구공작소,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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