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익손 교체는 이례적이지만 합리적이다

[야구공작소 장원영] 지난 3일, SK 와이번스는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의 영입을 발표하며 브록 다익손과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다익손은 12경기 동안 3승 2패 평균자책점 3.56의 성적표를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됐다.

다른 팀도 아닌 SK가 외국인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은 놀랍다. 소사의 KBO리그 복귀가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대부분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를 유력한 행선지로 꼽았다. 안정적이었던 다익손을 교체하면서까지 소사를 데려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다익손 교체는 합리적이다

하지만 SK의 선택은 분명 합리적이었다. 다익손의 가장 큰 단점은 부족한 이닝 소화 능력이었다. 경기당 평균 이닝이 5.5에 불과했다. 헤일리, 브리검, 맥과이어에 이어 외국인 투수 가운데 네 번째로 적은 수치다. 세 투수 모두 부상으로 인한 조기 강판 전력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익손의 이닝 소화력은 외국인 투수 최하위권이다.

다익손이 경기를 길게 끌고 가지 못하며 부담은 불펜으로 쏠렸다. 가을야구, 그 이상까지 노리는 SK로선 불펜의 부하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SK 불펜은 이미 김태훈, 서진용, 하재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불펜 평균자책점도 4.71로 10개 구단 가운데 7위로 썩 좋은 상태가 아니다.

좌타자를 상대로 크게 고전한 것도 교체 요인으로 작용했다. 올 시즌 다익손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01에 달했다. 특히 SK는 포스트시즌에서 두산 베어스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좌타자가 즐비한 두산 타선을 다익손이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다익손은 두산 좌타자를 39타석동안 상대해 14안타를 내줬다.

다익손 교체는 이례적이다

동시에 다익손 교체는 분명 이례적인 결정이다. 다익손처럼 안정적인 활약을 보여준 외국인 투수를 중도교체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정규시즌 도중 부진을 이유로 방출당한 역대 외국인 투수는 총 61명이 있었다. 그중 다익손의 조정 평균자책점(ERA+)은 123.6으로, 이는 2016년 넥센에서 방출당한 로버트 코엘로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다익손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발투수도 많지 않다. 다익손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발투수는 10명에 불과하다. 패스트볼 구속이 아쉽지만, 다익손의 삼진율은 20.7%로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30명 가운데 9번째로 높았다.

다익손은 느린 구속으로도 높은 패스트볼 구종가치를 기록하며 성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원래는 던지지 않던 포크볼도 구사하며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임의탈퇴로 묶이지 않고 웨이버 공시된 만큼 외국인 투수가 부진한 타 구단이 군침 흘릴 만하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팬들과 소통하는 다익손(사진=’Brock Dykxhoorn 다익손’ 유튜브 캡처)

사실 다익손의 교체는 그가 못해서라기보다는 소사가 대만리그에서 활약한 탓이 컸다. 경기당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평균 150km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모습은 정확히 SK가 원하는 선발상이었다.

다익손이 부족해 보일 정도로 막강한 SK 선발진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산체스, 김광현, 박종훈을 함께 데리고 있는 탓에 다익손의 활약은 좀처럼 성에 차지 않았을 터다. 또한,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구단 수뇌부로선 다익손이 켈리처럼 성장하길 마냥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SK는 사후약방문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한 박자 빠른 대처를 택했다. 소사의 무력시위, SK의 불펜 상황, 다익손의 아쉬운 이닝 소화력, 2년 연속 우승 의지 등 다양한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합리적이면서도 이례적인 결정이 나왔다.

다익손은 한마디로 운이 너무 없었다. 유튜브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외국인 선수인 만큼, 부디 그가 KBO리그에 남아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조예은

표지 사진=SK Wyverns 제공

기록 출처=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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