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2년 차’ 박세웅의 위기

2018년 7월 20일 SK전 박세웅을 위로하는 안중열.

[야구공작소 박기태] 김인식 전 감독은 최근 한 기고문에서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수준 차가 지난 10년간 확연히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10~20년 전과 투수 수준을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것에 대한 찬반은 뒤로 접어두고, 한 대목을 읽으며 씁쓸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정민태, 정민철, 송진우, 구대성, 손민한, 박명환, 이대진 등 ’토종’ 명투수들이 리그를 주름잡던 시대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다. 류현진과 김광현으로 대변되는 ‘베이징 세대’ 이후 새로운 명투수의 탄생은 거의 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원태와 박세웅의 성장이 응원하는 팀을 떠나 KBO리그의 팬으로서 참 반가웠던 건 그래서였다. 25세 이전에 3점대 평균자책점과 12승을 거둔 투수의 등장은 2011년 윤석민, 박현준 이후 처음이었다. 6년이나 끊겼던 젊은 에이스의 젖줄이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구도 부산’을 열광케 했던 젊은 에이스는 ‘원 히트 원더’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5년 만의 가을야구를 만끽한 사직구장의 열기도 박세웅의 움츠러든 어깨처럼 식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줄어든 구속, 무뎌진 포크볼

박세웅이 던지는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은 지난해보다 시속 2km 가까이 떨어졌다(2017년 143.3km, 2018년 141.4km). 투수에게 구속 하락이 좋은 소식일 리 없지만 더욱 문제인 것은 1995년생인 박세웅이 올해 만 23세라는 점이다. 구속의 상승세가 멈출 수는 있어도 하락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나이는 아니다.

이상 현상은 박세웅이 승부구로 즐겨 사용하는 포크볼에서도 감지된다. 포크볼의 생명은 빠른 공과의 구속 차이, 그리고 낙폭 차이다. 지난해 +1.9cm였던 포크볼의 상하 움직임은 +5.7cm로 늘어났다. 상하 움직임 수치의 증가는 낙폭의 감소를 뜻한다. 야구공 하나의 지름이 3인치(7.6cm)정도임을 고려하면 박세웅의 포크볼은 지난해보다 공 반 개만큼 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박세웅의 올 시즌 포크볼 표본은 적은 편이다(24이닝 119구). 앞으로 던질 포크볼이 지난해만큼 잘 떨어진다면 수치도 바뀔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변화는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우위를 활용하지 못하다

올해 박세웅은 앞서는 볼카운트 상황에서도 타자를 압도하고 있지 못하다. 박세웅은 지난해에도 유인구 승부를 즐겼다. 스트라이크가 볼보다 많은 카운트에서도 스트라이크보다는 볼이 되는 공을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이런 카운트에서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2017 박세웅 볼카운트별 스트라이크-볼 비율, 타격 결과(타율/출루율/장타율)
B>S : 스트 72%, 볼 28%, 0.293/0.437/0.502
B=S : 스트 64%, 볼 37%, 0.276/0.288/0.436
B<S : 스트 48%, 볼 52%, 0.203/0.206/0.241

하지만 올해에는 이런 전략이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카운트에 따른 타격 결과는 전반적으로 나빠졌다. 심지어 볼이 스트라이크보다 많은, 스트라이크가 요구되는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비율도 줄어들었다.

2018 박세웅 볼카운트별 스트라이크-볼 비율, 타격 결과(타율/출루율/장타율)
B>S : 스트 67%, 볼 33%, 0.419/0.569/0.674
B=S : 스트 56%, 볼 44%, 0.333/0.366/0.667
B<S : 스트 45%, 볼 55%, 0.391/0.417/0.522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걸까

이 모든 게 일시적인 부진일 수도 있다. 혹은 ‘늦은 시작’ 때문일 수도 있다. 박세웅은 팔꿈치 통증 등을 이유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다. 다른 투수들보다 두 달 늦은 6월 9일에야 첫 등판에 나섰다. 아직 100%의 컨디션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늦은 시작을 하기까지의 과정이다. 박세웅은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공을 던졌다. 22세 시즌까지 프로 1군에서 소화한 이닝이 424.1이닝에 달한다. 21세기 들어서 12번째로 많은 숫자다. 2군에서 던진 기록까지 포함하면 500이닝이 훌쩍 넘는다. 지난해에는 시즌이 마무리되고 한달이 지나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라는 급조된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연료를 너무 일찍 소진한 건 아닐까.

물론 젊은 나이에 이만한 이닝을 던지고 롱런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22세 시즌까지의 연간 이닝 소화량’ 기준으로 따지면 박세웅은 KBO리그 역대 18위에 해당한다. 박세웅보다 이름이 위에 있는 선수 중 박세웅처럼 21세기에 데뷔한 선수는 3명 밖에 없었다. 이승호, 김광현, 그리고 류현진이다. 투수 기용이 마구잡이 식이었던 과거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박세웅 과(過) 사용설’에 무게가 실린다.

우리는 이승호와 김광현이 부상으로 젊은 나이에 겪은 어려움을 알고 있다. ‘금강불괴’ 같았던 류현진도 최근 부상으로 갖은 고생을 하고 있다. 박세웅은 너무 많은 짐을,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짊어졌다. 최근의 난조는 어쩌면 당연한 여진일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침소봉대일 수도 있다. 6경기, 24이닝의 부진은 한 시즌 동안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다행히 올스타 휴식기와 아시안 게임 휴식기가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박세웅이 조정훈이 아니라 장원준의 전철을 따라가게 하기 위해서, 롯데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록 : 스포츠투아이 PTS(7월 22일 기준)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에디터=야구공작소 박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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