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9시즌 리뷰] NC 다이노스 – 의지의 차이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박주현)

시즌 성적 : 73승 2무 69패(5위, 와일드카드 탈락)

[야구공작소 홍길동] 지난해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NC 다이노스는 절치부심해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공석이었던 감독 자리에는 당시 D팀(재활군) 이동욱 수비코치를 선임했고 코칭 스태프에는 손민한, 이호준 등 새 얼굴들을 배치했다. 선수단에서는 그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들을 대거 방출, 웨이버 공시했다.


박동

NC의 2019 시즌은 다른 팀들보다 한 발 앞서 시작됐다. 10월 말에 시작된 캠프의 이름은 ‘마무리 캠프’가 아니라 ‘CAMP 1’이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첫번째 캠프라는 의미로, 지난 시즌을 마감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작에 더욱 중점을 뒀다.

첫 캠프의 지향점은 뚜렷했다. 훈련은 양보다 질을 중요시했고 선수 스스로가 목적 의식을 갖고 움직이길 바랐다. 이동욱 감독은 배우는 입장이라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 ‘왜 그런 가르침을 받는지’ 먼저 궁금해하는 선수, 그리고 그 궁금함을 이해해 주는 코치진의 태도를 격려했다.

선수단에서 가장 큰 변화는 4년 125억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영입한 양의지였다. 양의지는 최상급의 공격력과 투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췄고 포스트시즌 경험까지 풍부해 현역 중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는 포수다. 김태군의 경찰 야구단 입대로 주전 포수 공백이 컸던 NC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보강이었다.

이외에도 내부 FA 모창민을 3년 20억에 눌러앉혔고, 지난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다. 1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아 주길 기대하며 MLB 1라운더 출신의 에디 버틀러를 영입했고 선발 경험이 많고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드류 루친스키도 데려왔다. 의외의 결정이었지만 주 포지션이 포수였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도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약해 주길 기대하며 팀에 합류했다.

선수들이 야구를 할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2만2천석 규모 메이저리그급 신축 구장인 창원 NC 파크가 드디어 준공된 것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고양 다이노스로 뛰었던 퓨처스 선수들은 C팀이라는 이름으로 선수들도 N팀(1군) 선수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마산 구장에 새 둥지를 틀었다.


전반기

개막을 바로 앞두고 NC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신음했다. 주장 나성범이 근육 파열로 팀을 이탈하고 1번 타자의 중책을 맡았던 박민우와 차기 에이스로 거론되던 구창모가 각각 염좌와 근육통으로 인해 재활군으로 이동했다. 악몽과 같았던 지난 시즌이 시작부터 되풀이되는 듯했다.

NC는 역사가 오래된 구단에 비해 선수층이 깊지 않은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에는 1, 2번의 빈자리를 이상호와 노진혁이 채워주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줬다. 투수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0년생으로 이제 막 프로 2년차인 김영규는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됐고, 지난해 경찰 야구단에서 복귀한 박진우도 매우 안정적인 경기 내용으로 팀을 이끌었다.

나성범, 박민우가 복귀한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타선에 불이 붙었다. 박석민, 모창민 같은 주력 선수들뿐만 아니라 손시헌, 이원재, 김태진, 강진성 등의 선수들까지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양의지는 공수 양면에서 팀을 이끌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6월 이전까지 NC는 타격만큼은 리그 최고였다.

6월 이전 NC 타격 지표

투수진에서는 구창모가 복귀 이후 천천히 중간조로 투입되며 경기 감각을 살렸다. 그리고는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자마자 3번의 선발 등판에서 3승을 기록했다. 경기 운영이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던 루친스키는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았으며, 4년 연속 10승을 기록했던 이재학은 다시 한번 10승 도전을 위해 발걸음을 떼었다. 원종현, 배재환은 경기 후반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모두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던 건 아니었다. 베탄코트는 다재다능한 것이 아니라 그저 여러 가지를 할 줄 아는 선수였다. 버틀러는 잔부상이 끊이지 않았고, 경기 중에 글러브를 발로 찬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 외에도 권희동, 김성욱, 장현식, 강윤구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한편 5월 초에는 NC 팬으로서는 떠올리기도 싫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바로 나성범의 부상이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너무나 큰 부상이었고 다음날인 5월 4일이 나성범의 ‘플레이어 데이’였던 점, 큰 변수가 없었으면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던 점 때문에 더 큰 안타까움을 샀다.

나성범의 부상 이후 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았다. 활화산 같던 타격은 빈타에 허덕였고. 버틀러와 김영규의 동반 부진으로 선발진에는 비상이 걸렸다. 선발진의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으로 향했다. 한때 5할 승률에서 +10에 가깝던 성적은 길고 긴 연패의 터널을 지나 -3까지 떨어졌다. 불과 한 달 만의 일이었다.

NC는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먼저 부진했던 베탄코트와 버틀러를 제이크 스몰린스키, 크리스천 프리드릭으로 교체했다. 이 중 프리드릭은 첫 두 경기는 부진했지만 3번째 경기부터 시즌 종료까지 10경기에서 61이닝, 평균자책점 2.07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트레이드도 마다하지 않았다. 7월 6일, KIA에 미래 가능성이 높은 이우성을 내주고 확실한 주전이 없던 외야에 즉시 전력인 이명기를 데려왔다. 이명기는 NC 이적 후 타율 0.306, WAR 1.16을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기

시즌 중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이상호, 노진혁, 이원재처럼 초반에 힘을 내주던 타자들도 지치기 시작했다. 이상호는 장타 없이 후반기를 마쳤고, 노진혁은 전반기 11홈런이었지만 후반기에는 2홈런에 그쳤다. 이원재는 후반기 타율이 1할5푼에 머물렀다. 그 와중에 양의지 부상 공백은 너무나 뼈아팠다.

공백을 메워주던 선수들의 전후반기 타율(홈런) 비교

설상가상 NC의 하락세와 KT의 상승세가 맞물렸다. KT는 전반기가 끝나갈 무렵 9연승을 거두며 승리를 쌓아가 어느새 NC에게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심지어 8월 들어서는 두 팀의 승률이 동률이거나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반등은 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양의지의 부상 당시 줄곧 선발 마스크를 썼던 김형준은 지난해와 다르게 수비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게다가 프로 2년차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적극적인 투수 리드를 했다. 8월 17일에는 제대한 김태군이 1군에 합류해 김형준의 짐을 덜어줬다.

김형준의 작년/올해 수비 수치 변화

또한 내야수 김찬형이 후반기 들어 컨디션이 올라오는 모습이었고 시즌 중반까지 부진했던 김성욱도 후반기 3할에 7홈런을 기록하며 선전, 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주루나 수비 방면에서도 최승민, 지석훈, 정범모 같은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들어가며 세련된 플레이를 보여줬다.

투수쪽 지원군들도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왕년의 마무리였던 임창민이 긴 재활의 시간을 버티고 팀에 복귀했고, 김건태, 강윤구, 김진성 등이 제 기량을 찾아갔다. 특히 김건태와 강윤구는 후반기 팀 내 최고 성적을 거두며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데 일조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분수령은 KT와의 승차가 ‘0’으로 좁혀졌던 9월 초였다. ‘3강’인 키움, SK, 두산과 5경기가 예정되어 있었고 9월 12~13일에는 KT와의 맞대결이 있었다. 자칫 연패라도 당하면 5강 수성이 불투명해질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NC는 우천 취소 2경기를 포함해 상위 팀들과의 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뒀고, 이어진 KT와의 2연전까지 모두 쓸어담으며 승차를 단번에 3.5로 벌려 포스트시즌 진출의 최대 고비를 순조롭게 넘겼다.


포스트시즌

정규시즌이 끝나고, NC는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손에 거머쥐었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1차전, 어깨에 피로누적이 있던 루친스키를 대신해 프리드릭이 등판했지만 3이닝 동안 8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뒤를 이어받은 중간투수들이 무실점 행진을 거듭했지만 이번에는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NC 타자들은 경기 내내 켈리의 호투에 꽁꽁 묶이며 고전했고, 9회 초 고우석을 상대로 마지막 득점 찬스가 있었으나 펜스 앞에서 잡히는 플라이로 경기를 마감했다.

깜빡 졸다가 꾼 꿈과 같았다. NC의 포스트시즌은 단 1경기 만에 끝났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그날 잘 던진 켈리는 키움을 상대로도 호투했다. 모두가 한 경기라도 더 이기길 바랐지만 2년 만에 참가한 포스트시즌의 결과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결정적인 순간

9월 11일 두산전을 기억하는가? 두산 선발은 린드블럼이었다. 한 점 앞선 5회 초 2아웃에서 김태진은 자신의 파울 타구에 무릎을 맞고 한참을 쓰러졌다. 걷기조차 불편한 상황, 하지만 김태진은 다시 일어나 7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절뚝거리는 다리로 출루했다.

다음 타자 이명기가 친 강한 땅볼에 2루에서 가까스로 슬라이딩 후 세이프. 전력으로 뛰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아웃됐을 법한 타구였다. 이후 박민우의 안타로 2루에서 홈까지 또 전력질주했고, 슬라이딩으로 득점을 올렸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점수 차를 2점으로 벌리는 결정적인 주루 플레이를 한 것이다.

NC의 선발투수는 최성영으로 린드블럼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날 최성영은 두산 타선을 7회 2아웃까지 노히트로 막아내며 인생투를 펼쳤다.

이 경기는 올 시즌 가장 중요했던 KT 2연전을 치르기 바로 전날 밤 경기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NC는 KT에 고작 0.5게임 앞서 있었다. KT가 승리하고 NC가 패배한다면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었다.

그러나 NC는 승리했고 KT는 삼성에 패했다.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 결국 KT와의 2연전이 끝난 이후에는 3.5까지 게임차를 벌렸고, NC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거의 확정 짓게 되었다.


MVP

타격에서 양의지의 활약이 가장 뛰어났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리그에서 OPS가 1이 넘는 유일한 타자였으며 타율 같은 기본적인 지표 이외에도 득점 생산능력 부문에서 대부분 1위를 차지했다.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동료들과 시너지를 냈다.

투수 부문에서는 루친스키를 꼽아 봤다. 루친스키는 KBO와 스탯티즈 기준 승리기여도가 모두 팀내 1위이며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져 준 투수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중간 투수로 60이닝 정도만을 던졌었는데 올해는 무려 177이닝을 던지며 NC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팀 전체 MVP는 박민우다. 그는 나성범이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주장을 맡아왔으며 팀을 잘 이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성적도 커리어 하이에 가까웠으며 훌륭한 팬서비스까지 보여줬다.


LVP

올 시즌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으나 팬들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인 장현식을 꼽아본다. 한 때 국가대표 선발로도 활약했고 이번 스프링 캠프 때는 마무리 투수 후보로 직접 거론된 선수였다. 하지만 여전히 로케이션 문제가 있었고, 팔꿈치에는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느꼈다. 온전한 컨디션만 유지한다면 많은 기대가 되는 선수다.


발전한 선수

김형준은 99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리고 프로 경험도 적으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타격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수비에서는 양의지의 부상 공백을 잘 메워줬다.

김영규도 빠른 00년생으로 나이가 어리고 이제 프로 2년차지만 CAMP 2에서 MVP에 선정될 정도로 재능이 있다. 올 시즌 1군 무대 첫 경기부터 6이닝을 소화하며 승리를 가져갔고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며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총평

작년 순위를 잊을 만큼 좋은 초반 스타트였다. 하지만 시즌은 생각보다 길었고 언제나 완벽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를 수는 없었다. 나성범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의 크고 작은 빈자리들을 다른 선수들이 돌아가며 잘 지켜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새로 영입한 양의지 외에도 비교적 어리거나 군대에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팀을 이끌어 나갈 선수들의 모습을 맛보기로 지켜본 느낌이었다. 올 시즌은 와일드카드 1경기로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내년에는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해본다.

 

에디터 = 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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